'스타벅스 탱크데이' 정용진 사과, 신문들 어떻게 봤나

경향 "어처구니 없다" 한국 "맹탕 사과"
조선 "잘못 있지만 도 넘은 공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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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자 12면 머리기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 회장의 사과는 27일 아침 주요신문에서 1면 기사 등으로 비중 있게 보도됐다.

다만 신문마다 온도차는 있었다. 경향신문은 관련한 1면 머리기사에 <‘왜’ ‘무엇’ 빠진 90도 사과 3번>이라는 싸늘한 제목을 달았다. 한국일보도 1면에 <왜 못 막았는지 모르는 ‘탱크데이 사과’>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의도성 여부 등 핵심 사안 규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빠졌고, 사태가 커진 배경으로 꼽히는 정 회장의 과거 언행에 대한 언급도 전무해 ‘맹탕 사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27일자 1면 머리기사.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제목에 “사죄”, “모두 제 책임”이라는 사과문 내용을 담았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 제목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도 불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설에선 신문의 시각차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선 사과 자체에 진정성이 없다는 시선. 경향신문은 <본인 책임이 큰데, 진정성 안 보인 정용진 사과>란 제하의 사설에서 “그간 극우적 세계관을 거리낌없이 드러내온 정 회장의 행보가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은 만큼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기대했으나 정 회장은 그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했을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같다고 믿는다”는 정 회장 발언에 대해서도 “‘탱크데이’ 행사가 명백한 잘못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수용 가능한 행사였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 그래놓고는 매장 직원에게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달라’는 대국민 훈계까지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근본 원인 성찰 부족한 정용진의 사과>란 사설에서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본인 책임을 거론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 사과나 신세계그룹 진상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장의 역사 의식이 올바르다면 과연 5월18일 ‘탱크데이’ 이벤트가 내부의 검증 과정을 통과할 수 있었겠는지 자문해볼 일”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조직과 결재 시스템에 대한 점검보다 정 회장의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도 <고개 숙인 정용진 회장, ‘꼬리 자르기’ 그쳐선 안된다> 사설에서 과거 정 회장의 이른바 ‘멸공 챌린지’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헌사를 비아냥댄 메시지 등을 언급하며 결국 “정 회장의 비뚤어진 인식이 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문화와 업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임기응변과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27일자 1면 기사.

이외 다른 신문들도 이번 정 회장의 사과가 충분치는 않았다고 보는 편이었다. 다만 총수가 사과까지 한 마당에 진영 간 논쟁으로 이를 과열시키기보다 앞으로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진상을 차분히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았다.

동아일보는 <정용진 “제 잘못, 용서 구해”… 차분히 진상 규명 지켜볼 때>란 제하의 사설에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운 기업 마케팅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임직원의 의도적 기획인지, 단순 실수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가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이 나서서 진영 간 편 가르기를 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정치권은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도 <고개 숙인 신세계, 스벅 논란 과도한 정쟁화도 멈춰야> 사설에서 “이번 사과를 계기로 정부의 과잉 대응과 정치권의 정쟁화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안을 각각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면서 “경찰이 수사에까지 들어간 만큼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고, 시민과 소비자의 판단을 기다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한 기업이 날짜의 의미를 주의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이벤트를 한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비난의 도를 넘어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고 했다. 조선은 <괴담 수준 스타벅스 공격까지, 도 넘지 말아야> 사설에서 문제가 된 ‘탱크 텀블러’의 명칭과 용량(503mL)이 계엄군 탱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였던 503번을 암시한다는 주장,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 4월16일에 배를 난파시킨다는 신화가 있는 ‘사이렌’ 이름이 붙은 머그잔 시리즈가 출시됐다는 의혹 등 “모두 황당한 음모론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 27일자 사설.

그러면서 “이 일은 기업의 잘못이 있지만 일선 매장의 스타벅스 직원들까지 폭언을 들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대통령 장관 여당이 전부 나서 일제 공격을 퍼부을 일도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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