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작 수요 정체… 넷플릭스 영향력 늘어>
15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이날 나온 보도자료에선 ‘넷플릭스’가 43번 언급됐다(주석 포함). 지난해 나온 2024년도 자료에선 27번 언급된 것이 1년 새 50% 넘게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방송법에 근거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경쟁 상황 조성을 위해 방미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자료다. △유료방송시장 △방송채널거래시장 △방송영상콘텐츠거래시장 △방송광고시장 등 4개 단위로 시장을 획정해 분석하는데, 이 중 방송영상콘텐츠거래시장과 방송광고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다. 유료방송사업자(수요자)와 방송채널사업자(공급자) 간에 이뤄지는 방송채널거래시장에서도 OTT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OTT라는 ‘선택지’가 부상한 이래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합한 전체 방송채널 시청시간이 지속 감소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협상력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한 인기 방송채널은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협상력이 증가하는 반면, 시청시간이 줄어든 방송채널사업자의 경우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는 까닭이다.
방미통위는 해당 자료에서 “방송광고시장 침체와 제작비 증가 등으로 방송채널사업자가 콘텐츠 대가의 인상을 요구할 경제적 유인도 커지고 있다”며 “다만, OTT 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 확산으로 인한 이용자 선택권 증가와 실시간 채널 이용 시간의 추세적 감소는 방송채널사업자측의 협상력을 제약하는 하방 압력으로도 작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채널이 높은 협상력을 갖고 있을까. 방미통위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채널 전송 중단 시 다른 유료방송서비스 전환 의향이 높은 채널은 지상파와 인기 유료방송 채널이었는데, tvN(48.9%), JTBC(42.3%), MBC(42.1%), SBS(37.5%), KBS2(35.0%) 등 순이었다. 이는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 가지는 채널 협상력의 순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참고로 KBS1과 EBS는 의무재송신 채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비, 지상파 전체 외주제작비 맞먹어
2024년 일일 평균 개인의 TV 시청 시간은 139분으로 최근 3년간 21.9% 감소했다. 지상파는 역대 최저인 48분이었다. 10년 전인 2014년 96분에서 꼭 절반이 감소한 것이다. 유료방송채널은 2020년 122분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내리막을 지속, 2024년 91분까지 떨어졌다. 방미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채널 시청시간이 동시 감소한 것을 두고 “OTT 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 이용 시간 증가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OTT에 더 볼 게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2024년 자체제작, 외주제작, 구매를 모두 포함한 방송사업자의 전체 직접제작비는 2조9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그런데 지상파의 전체 직접제작비는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자체제작, 외주제작, 구매비 모두 다 줄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였는데 경쟁력이 높아질 리 없다. ‘2025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2024년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수출 역시 전년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OTT의 콘텐츠 비용은 늘지 않았을까. 방미통위 자료에 따르면 ‘토종 OTT’ 중에서도 티빙은 늘고, 웨이브는 줄었다. 문제는 넷플릭스인데, 관련 자료가 없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방미통위는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비용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용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내용만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24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비용은 4512억원 수준으로 지상파 전체 외주제작비(4648억원)에 맞먹는다.
넷플릭스는 전체 OTT 중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장 많다. 지난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웨이브·쿠팡플레이·티빙 등 국내외 OTT 5개 사업자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70개였는데,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33개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3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티빙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오리지널 제작을 줄이는 대신 지난해부터 KBO 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하는 등 효율성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는 넷플릭스… ‘제도 개선’은 말로만?
방미통위는 “넷플릭스의 수요 점유율이 확대되고 해외시장을 포함한 2차 유통 시장에서의 기대수익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여 제작사에 대한 넷플릭스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면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경우,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관련 시장에 대한 분석 및 모니터링, 관련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콘텐츠 수급 경쟁에서 방송사업자와 OTT 사업자가 경쟁 관계를 이미 형성하고 있으나, 관련 통계 비교에 어려움이 존재하므로 제도적·실무적 차원에서 시장분석을 위한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밀한 분석을 위한 통계자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고려”를 시사점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이는 1년 전 자료에도 등장했던 내용이다. 방미통위는 지난해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도자료에서도 “넷플릭스의 수요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영향력이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관련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관련 통계자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 필요”를 시사점으로 적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정책당국인 방미통위도 알고는 있지만 ‘제도 개선’ 요구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게 현실이다. 방미통위가 최근 OTT를 규제 체계로 편입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점유율의 반을 차지하는 해외 OTT 사업자에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부터 나온다. 게다가 OTT를 어느 부처가 담당할 것인지도 조정이 쉽지 않은 주제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논의가 진행될 때도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선 OTT를 포함한 방송 미디어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부처 간 이견’과 방미통위법 ‘신속 처리’를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 K-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국내 제작 수요를 살리지 못하고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만 높여서는 그 열기도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글로벌 OTT 공세 앞에서 우리 방송이 OTL(좌절)하지 않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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