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경향신문 '배드뱅크' 보도에 감사패

이규연 수석, 21일 경향 방문해 감사패 전달
보도 당일 대통령이 X에 기사 공유, 큰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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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약계층의 재기를 막는 금융사들의 연체채권 보유 실태를 조명한 경향신문 보도에 21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나 보도에 대해 감사패를 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가운데)이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를 방문해 김경민 기자(왼쪽)와 배재흥 기자에게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경향신문 제공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 편집국을 방문해 이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감사패를 전달했다. 청와대 형상으로 제작된 감사패엔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민간 배드뱅크의 약탈적 금융 부조리를 생생하게 밝혀내어 민생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하였기에 그 공을 기려 감사패를 드린다”는 문구가 적혔다.

경향신문은 앞서 12일자 신문 1면 <‘카드대란 9만명’ 못 품는 새도약기금>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통해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이재명 정부의 새도약기금이 출범했지만, 23년 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9만명의 7000억원 상당 연체채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12일자 1면 머리기사.

이어 5면에도 <2003년부터 연 20% 내외 이자… 5년 420억 챙기는 ‘배드’뱅크> 등 관련 기사를 싣고 금융사들이 ‘상록수’라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장기 연체채권을 보유한 채 5년간 420억원가량의 배당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상록수가 보유한 채권은 새도약기금에 포함되지 않는 탓에 이들 채무자는 여전히 빚의 늪과 추심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는 같은 날 오전 6시 포털 등 온라인에도 송고됐다. 그런데 약 2시간 만인 오전 8시경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 서비스 엑스(X)에 해당 기사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적었다. 그리고는 “보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꺼내 들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의 원래 취지를 강조하며 “상록수 주주(출자 금융사)들을 별도로 만나서 동의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바로 상록수 주주 전체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상록수 보유 대상 채권을 최단시일 내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록수의 청산으로 약 11만명(채권액 8450억)의 장기 연체 채무자가 장기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상록수에 출자한 금융사들도 개별 자료 등을 통해 채권 전액 매각 방침을 알렸다.

이 모든 일이 12일 하루 만에 일어났다. 거기에 대통령의 감사패까지. 해당 기사를 보도한 김경민·배재흥 기자는 “얼떨떨하다”고 했다. 제보에서 시작해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도 “피드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른 반향과 전격적인 변화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배재흥 기자는 “23년간 이어져 온 일이 하루 만에 해결되는 걸 보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으니 기자로서 당연히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향신문 보도 당일인 12일 오전 엑스(X)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올린 글.

배 기자는 “사실 채무자에 대해 시선이 안 좋기도 하니까, 우리 기사가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그렇게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사를 써보려 노력했는데, 그게 좋은 반향을 일으켜서 예상치 못하게 하루 만에 장기 연체 채무자들이 추심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격려에는 “당연히 감사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SBS가 지난 4~5일 산불 현장을 전전하며 복구 사업만 따내고 사라지는 ‘메뚜기 업체’의 부실 복구 문제를 집중 보도하자 6일 새벽 이를 엑스에 공유한 뒤 “보도에 감사드린다”면서 “내각에 이 같은 구조적 부정비리를 장기간 방치한 상황에 대한 파악과 근본대책 수립, 문책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고, 실제 이날 바로 국무회의에서 근본적인 대책과 문책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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