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찾아 들른 후쿠오카 오호리 강가에 일몰이 따스하게 비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노을을 감상하며 걷던 중 한 중년 남성의 행동이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강가에 내려앉은 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거창한 출사라기보다는 일상의 틈새에 늘 곁에 두던 물건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듯했습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석양이 비치는 강가를 바라보며 진중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제자리에 선 채 안경 너머로 카메라 화면을 확인했습니다. 바쁘게 지나가는 러너들 사이에서 가만히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그의 모습은 묘한 고요함을 만들어냈습니다.
평범한 서류 가방 속에서 나온 카메라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 남성은 삶의 반짝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지요. 좋은 순간을 기록하는 힘은 사진을 찍으려 마음먹을 때만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반대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순간을 위해 늘 카메라를 곁에 두는 작은 습관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의 멈춤을 보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환대할 준비에 대해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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