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강화하고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을 신설하는 법안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소급 입법 위헌 논란 등이 일었던 해당 법안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하고 전원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날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앞선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의결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 법안이기도 하다.
우선 보편적 시청권 관련 방송법 개정안은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해 ‘하나 이상의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실시간 중계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사실상 KBS나 MBC 둘 중 한 곳에 중계 의무가 부과된 셈이다.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권한은 강화됐다. 중계방송권자는 행사 개최 6개월 전까지 중계방송권 범위 등에 관해 방미통위와 협의해야 하고, 방미통위는 중계방송권협의체의 중계방송권 계약, 재판매 관련 공동계약을 권고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중계방송권자는 행사 개최 1년 전까지 계약의 주요 내용 등 자료를 방미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앞서 이번 개정안의 뼈대가 된 김현 의원안에서 소급 입법 위헌 우려가 제기됐던 시행·적용 시기와 관련해선 ‘시행일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 법 시행 이후 개최되는 국민 관심 행사부터 적용된다’는 부칙을 넣어 당장 6월 개막하는 월드컵은 적용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JTBC가 독점중계권을 이미 확보한 2028 LA올림픽부터 지상파 공동 중계, 계약 내용 제출 의무 등이 발생해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JTBC가 중계권을 비싸게 파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박충권) “지상파들의 재판매 비용 부담을 강제한 법”(박정훈)이란 지적이 나왔다. JTBC가 속한 중앙그룹이 2032년까지 월드컵 및 올림픽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나온 발언인데, 실제 법안소위 과정에서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재판매 비용에 대한 재정부담, 사적 계약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의견을 냈다. JTBC는 소급 입법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적에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모든 국민들이 추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데 포인트가 있다”며 “공익기능을 담당하는 공영방송이 그런 업무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도록 되어 있다. 충분한 유인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소급입법 위헌 논란에 대해선 “중계권 계약 자체는 이미 체결되었지만 중계방송을 할 예정인 2028년 하계올림픽 등은 중계권 재판매라는 사실관계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공공정책을 위해 일정한 입법을 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며 “헌법 교과서적으로 부진정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JTBC가 이 법 반대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JTBC 특혜법’이란 주장에 사실상 반박하기도 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코바코 통합 법안도 통과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통폐합해 방미통위 산하 ‘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방송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 개정안도 이날 과방위를 통과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위 심사 결과에 대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과기정통부 등 부처와 여러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진흥원의 사업 범위를 일부 수정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 및 코바코 직원의 포괄적 고용승계를 보장하며 업무 재산 권리 의무가 재편성되는 대상에서 비법정 협회 단체를 일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우려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두 기관이 하나는 광고, 하나는 시청자 대상이다. 상당히 이질적인 기관이라고 생각해 이 통합이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진흥원인데 무엇을 진흥하겠다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신 통합은 연구기관이 수도 없이 많고, 모든 기관에 장이 있는데 그 행정인력이 20~30% 그 이상을 차지하니 그것을 통합해 조직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연구 인력을 더 늘리라는 건데 이 통합은 거기에 맞는 통합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기계적이고 몸집 불리기 식의 통합이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일정 부분 공감이 된다”면서도 “그럼에도 두 기관을 통합해야 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우선 법제적으로 방미통위 출범 후 과기정통부에 있던 유료방송 관련 업무가 이관됐는데 그 산하기관에 있어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하기관의 일부 구조조정과 소관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이 진흥원 설립의 중요한 동기”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김현 의원은 “이재명 정부 1년차에 들어 이 법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과방위원으로서 박수를 쳐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진흥원은 지금까지 흩어져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코바코의 업무를 모아 시청자권익본부, 미디어콘텐츠진흥본부, 디지털미디어융합본부를 구성해 미디어 교육, 소외계층 방송 접근권과 시청자 참여 지원, 방송 모니터링 강화, 재난방송 등을 확대할 수 있고, 1인 미디어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전반기 국회 과방위 마지막 전체회의이기도 했다. 그간 과방위는 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 개정을 비롯해 방미통위 설치법을 제정했고, 소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날 전체회의 막판 최민희 위원장은 “과방위원장으로서 지나온 2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리가 해낸 일보다 하지 못한 일이 하지 못한 일 때문에 자리를 떠난다는 게 매우 괴롭다”며 소회를 남겼다. 이어 “특히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취소하지 못하고 이번 과방위를 마무리해야 된다는 것이 저로서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제가 어느 자리에 있건 YTN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