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플랫폼이야!"…청소년 'SNS 중독' 규제 흐름
한국언론진흥재단, 청소년 SNS 규제 경향 분석
미국·유럽 등 SNS 부작용 플랫폼 책임 묻는 흐름
"자기조절 아닌 플랫폼 문제"…실효성 확보 핵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플랫폼 설계와 알고리즘에 대한 입법이 이어지는 등 최근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미국, 유럽, 호주, 남미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정책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KPF미디어브리프 2026년4호 <청소년 SNS 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플랫폼 규제의 쟁점과 실행조건>(진민정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을 통해 과거 개인의 자기조절 결여로 인식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부작용에 대해 플랫폼에 설계 책임을 묻는 식으로 정책 방향이 변화하는 경향을 전했다. 2026년 미국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에서 제기된 소송에선 메타와 구글(유튜브)이 청소년 이용자를 중독적 콘텐츠와 유해한 온라인 환경에 장기간 노출시켜 정신건강 피해를 초래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는데, 언론재단은 이 재판 과정과 결과를 인식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재판 과정에선 특히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개별 콘텐츠의 유해성을 넘어 이용을 지속하도록 요구하는 플랫폼 구조가 부각됐다. 언론재단은 보고서에서 “무한스크롤, 자동 재생, 개인화 추천, 상시 알림과 같은 기능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장치이며, 청소년에게는 이용 중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환경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강조됐다”며 “이는 청소년 SNS 문제를 ‘얼마나 이용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용 시간과 노출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의 전환과 맞물려 캘리포니아는 서로 다른 규제 장치를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정책 흐름을 형성하며 가장 적극적인 제도화 시도를 해온 곳이다. 플랫폼 기업이 집중된 지역에서 시민사회, 학부모 단체, 정치권 압력이 결합돼 규제 필요성이 빠르게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내 캘리포니아에선 플랫폼 설계부터 청소년 접근 제한까지 규제 입법이 시도돼 왔다.
2022년 ‘연령 적합 설계 규약법(AB 2273)’이 제정돼 아동 이용 가능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평가하고 기본 설정을 아동보호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기술기업 단체는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일부 인정하며 효력이 제한됐다. 이후 2024년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방지법(SB 976)’이 제정되며 알고리즘 기반 추천 구조를 직접 규제 대상으로 설정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중독성 피드’란 개념을 도입해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개인화된 추천 피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다.
이 법안 역시 표현의 자유, 기술 복잡성, 실효성 등 한계를 노출한 끝에 올 2월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법안(AB 1709)’이 발의됐다.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과 유지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은 플랫폼 설계와 추천 방식을 규제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접근 권한 자체를 정책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이란 점에서 이전 단계와 구별된다.
언론재단은 일련의 과정을 “단선적인 규제 강화라기보다 법적 제약과 정책 효과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정책 실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규제의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언급한 최근 판결에서 플랫폼의 설계 구조와 청소년 피해 간의 연관성이 일부 인정되면서 이러한 정책 접근은 단순한 규제 실험을 넘어 일정한 정책적·법적 근거를 확보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캘리포니아 외 여러 국가에서도 다양한 정책 수단을 조합하는 방식의 규제가 전개되는 흐름이다. 프랑스는 올해 ‘15세 미만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 법안’을 통해 계정 개설 제한과 연령확인 의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상원 심의 과정에서 전면 금지 방식이 수정되며 청소년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서비스만 선별적으로 제한하고 그 외는 부모 동의를 전제로 이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되는 변화가 이뤄졌다.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플랫폼의 ‘주의 의무’와 위험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규제를 발전시키며 연령제한보다는 연령 확인과 알고리즘 위험관리 등 플랫폼 책임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호주는 ‘2024 온라인 안정법 개정안(소셜미디어 최소 연령)’을 통과시켜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과 유지를 제한하고 플랫폼에 강한 차단 의무를 부과했다. 법안은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지만 연령 확인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 늘어난다는 우려, VPN 등을 통한 우회 등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는 상태다. 국가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연령기준 설정, 플랫폼 책임강화, 접근 통제가 결합된 규제가 글로벌 차원에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플랫폼 설계와 수익구조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확장하고 있다. 2026년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소셜미디어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브라질은 연령 확인 절차 강화,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 금지 등은 물론 아동 인플루언서 활동에 대해 명시적인 규제 틀을 도입했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을 금지하고 이용 시간을 늘리고 몰입을 유도하는 핵심 설계 요소를 직접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언론재단은 “브라질의 접근은 이용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 데이터 활용 방식, 수익 구조까지 포괄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특히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이용자의 선택 이전에 소비를 연장시키는 설계 장치라는 점에서, 이 법은 ‘중독성 설계’를 정책적으로 규정하고 제한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며 “청소년 보호 정책이 단순한 연령 제한을 넘어 플랫폼의 설계·알고리즘·광고·콘텐츠 생산구조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언론재단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제 정책 효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플랫폼 설계와 알고리즘, 인터페이스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순간 발생하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을 고려한 ‘유해한 구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 △연령기반 접근 제한과 광고 규제가 수반하는 연령 확인과 데이터 활용 문제에 대한 대비책으로써 기술적 집행 가능성과 개인 권리보호 확보 △플랫폼 인터페이스와 수익구조 규제 접근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염두한 대비 등이 대표적이다.
언론재단은 “청소년 SNS 규제의 성패는 새로운 규제 수단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이러한 규제가 법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집행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며 “규제의 실효성은 규제 방식의 정교함뿐 아니라, 주요 서비스 제공 주체를 규제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요 플랫폼이 해외사업자라는 점에서, 규제의 대상 포함여부를 넘어 실질적인 집행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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