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의 ‘파우치 해명’ 보도에 대한 KBS ‘뉴스9’ 제작진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의견진술이 12일 이뤄질 전망이다. 방미심위 여권 추천 위원들은 해당 보도에 법정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열릴 방미심위 방송소위원회 회의엔 2024년 2월8일 박장범 당시 앵커가 “(김건희씨가 수수 의혹을 받는 명품 가방의) 제품명이 파우치”라고 발언한 KBS 뉴스9 보도가 안건으로 상정돼 제작진 의견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의결하기 전 방송사에 방어권을 주기 위해 마련하는 절차다. 의견진술이 곧 중징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징계를 염두에 두고 방송사와 제작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뤄진다.
박장범 당시 앵커는 전날 자신이 진행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대담 주요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를 소개하기 앞서 “어제(7일)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면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들은 어떤 표현을 쓸까?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 제품명 역시 파우치”라고 설명했다. 전날 대담에서 자신이 영부인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질문하며 디올 명품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으로 지칭해 논란이 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해당 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더불어민주당 등의 민원이 제기됐으나,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시절 민원 적체 등으로 논의되지 못한 안건은 방미심위 출범 후 방송소위 첫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앞서 4월21일 열린 방송소위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법정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부인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해 ‘파우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도적으로 사건의 무게감을 축소하고, 외신 보도에서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는 허위 사실을 전달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홍미애 위원은 “‘명품 백’이라는 단어에는 그 물건에 대한 가치나 사회적인 상징성이 담겨있다. 그런데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하는 순간 그 물건의 중요도와 법적·윤리적 폭발력이 축소되는 것”이라면서 “300만원 상당의 고가 상품을 대가가 있을 수 있게 받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조그마한 파우치’로 한정하는 순간 영부인의 고가 금품 수수는 사소한 선물을 받은 해프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홍 위원은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조승호 위원은 “용어를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이 사안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면서 “(해외 언론 보도에서도) 명품 백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몇 건의 보도를 근거로 (외신에서) 다들 ‘파우치’라고 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오도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앵커의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정제재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전파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민정 방송소위 위원장은 “박장범 당시 앵커가 전날의 대담 진행자이자 다음날 9시뉴스 앵커로서 본인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전파를 사용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관계자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 추천 위원들은 법정제재는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김일곤 위원은 “기자의 시각에서 볼 때 상품명이 ‘파우치’라면 파우치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걸 가지고 법정제재를 논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라고 본다. 디올 ‘파우치’라고 부르면 가치가 확 떨어지고 ‘백’이라고 하면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추천인 김우석 위원 역시 “사실 ‘명품 백’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선의로 해석하기에는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프레임을 교정하려고 한 의도도 있을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앵커가 ‘모두’ (파우치로 표기한다)라고 이야기 한 것이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면서도 “저는 법정제재로 갈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수결에 따라 3대2로 제작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의견진술 이후 방미심위의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된다. 방미심위는 ‘문제없음’ 외에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경고’, ‘주의’,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을 처분할 수 있는데, 법정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시 감점 사유로 작용한다.
한편 보도된 지 2년 이상 지난 안건이 방송소위의 첫 안건으로 올라온 것을 두고 시의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우석 위원은 “(보도의) 시점과 시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2년 전 보도를 논란을 일으켜서 심의하는 게 맞나, 이런 부분은 한번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압축해서 빠르게 심의를 진행할 건가 이런 고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폐지가 예고된 ‘공정성 심의’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정치심의’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성’을 방미심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 현재 국회 본회의에 회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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