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차 파업… 쟁의 345일째, 내부 계속 '시끌'
"유진 꼭두각시 이사회 해체하라"… 3일까지 파업
저널리즘책무위 '기사 삭제' 등 보도조사 결과 발표 논란
'유진 이후' 논의도 본격화…"4~5개 공기업 공동 인수를"
쟁의 300일을 훌쩍 넘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YTN 대주주 유진그룹 퇴출을 요구하며 8차 파업에 돌입했다. 내부에서 3월 범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새로 출범한 YTN 새 이사회의 활동을 두고 비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엔 이사회 산하 저널리즘책무위원회의 보도 자율성 침해 관련 중간 조사결과가 논란이 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유진그룹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위법하다는 판결에 대한 방미통위의 후속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YTN 이사회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비판 속에 이사회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방미통위의 조사 절차가 별도로 시작됐다. 유진그룹 이후 YTN 지배구조를 모색하는 학계, 정치권, 언론계의 논의도 차츰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4월30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 로비에서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1일 기준 쟁의 345일째를 맞은 YTN지부가 4월29일부터 3일까지 진행하는 8차 파업 이틀째 일정의 일환이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130여명 조합원들은 “유진그룹 꼭두각시 이사회를 해체하라”, “이사회 간섭 없는 공정방송 쟁취하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신귀혜 YTN지부 조합원(취재기자)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유진은 법원의 판결로 명분과 정당성을 이미 잃었다. 정부에 따라 갈지자로 흔들리는 모습이 굉장히 일관성도 없어 보인다. 양상우·오창익 이사가 정말 많은 말을 했지만 다 공허하게 들렸던 건 이들이 명분도 일관성도 없는, 가오 떨어지는 집단에 손쉽게 영합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가) ‘열일’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여전히 우리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공정보도 추구를 이사회가 해야 하는 이유, 그러니까 ‘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법적인 정당성마저 부정당한 최대주주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런 이사회가 왜 보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는 일을 하나. 이유(명분)가 없다. (중략) 지금이라도 영합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성구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각각 한겨레신문 사장과 사외이사 출신인 양상우·오창익 이사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정상화는 공영언론 YTN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 왜곡된 구조를 정당화하는 단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들이 하려는 짓은 YTN의 정상화가 아니라 장악이며, 개혁이 아니라 천박한 자본 유진에 부역하는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진에 부역하면서 스스로 개혁의 세력이라고 자임하는 그 말은 진보의 단어를 빌린 추잡한 자들의 탐욕스러운 자기 정당화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에 쏠린 시선… 저널리즘책무위 보도자율성 침해 중간결과 발표
3월 YTN 이사진이 대거 교체된 후 내부 시선은 이사회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특히 출범 직후 YTN 이사회는 저널리즘책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해 9월 있었던 ‘현대자동차 회장 장남 음주운전 기사 삭제’ 건, 2024년 4월 당시 김백 사장의 ‘김건희 검증보도 사과방송’ 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최근 내며 논란이 일었다.
YTN은 4월28일 ‘보도 자율성 침해 조사, 중간 결과 보고’란 공지를 통해 “책무위 요청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지시로 감사실이 중심이 되어 1차 조사한 결과, 디지털 아카이브에 수록된 2016년 3월부터 2026년 4월까지의 기사 가운데 삭제 건은 5160건에 이르렀다”며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나 사유 기록 없이 삭제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YTN은 “사유가 남아있는 삭제 사례를 보면, 기업 민원 및 정치권 외압, 내부 인사의 부당한 개입 등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21건에 이르렀다”며 “의심 사례들의 시기는 특정 경영진 시기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무단 기사 삭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회사는 무단 삭제 사례들에 대한 심층 조사에 나서고, 아울러 부적절한 사유로 기사 본문이나 제목을 수정한 사례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책무위는 (구성원 징계가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조사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고도 부연했다.
김백 전 사장의 ‘대국민 사과방송’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파악된 바를 밝히기도 했다. YTN은 “김 전 사장은 취임 당일인 2024년 4월1일 오후 주요 간부들에게 사과방송 계획을 구두로 밝힌 이후 사과방송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할만한 공식적인 내부 품의나 검토된 문서는 없었다. 또한 사과문 초안 작성자가 추정되었으며 정식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하려던 시도가 어려워지자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뉴스프로그램 사이에 끼워 편성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같은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YTN은 김 전 사장이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최고경영자의 결단이며 보도 간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책무위에 전해왔다면서 “그러나 회사의 과거 보도를 대외적으로 부정하고 방송을 통해 사과하는 것은, 행위의 결과적 정당상 여부와 무관하게, 엄격한 기준과 공식적 절차라는 과정의 정당성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책무위는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초사 후 경영진만의 판단만으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제도화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저널리즘책무위, 불법 월권 행위”… 이사회 법 위반 보려는 방미통위
이 같은 공지에 대해 YTN지부는 이날 “YTN 이사회와 경영진의 불법 월권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YTN지부는 “YTN 이사들로 구성된 저널리즘책무위원회가 현대차 기사 삭제 사건을 포함한 YTN의 과거 기사 삭제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기업 민원 및 정치권 외압, 내부 인사의 부당한 개입 등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21건’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 및 규정하는 행위는 방송법상 방송편성에 대한 ‘간섭’에 해당할 수 있고, YTN 윤리강령과 방송편성규약 위반이며, 공정방송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한 단체협약 위반 행위”라고 했다.
YTN지부는 “특히 현대차 기사 삭제 사건은 노조가 처음 적발해 공정방송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징계를 요청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던 사안”이라며 “사측은 공방위와 윤리위원회에서 노측의 요청에 시종일관 책임회피와 무시로 일관하더니, 이사회가 요청하자 사규 위반을 감수한 채 진상조사에 협조했다. 이는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노조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조합의 공방위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도 지적했다.
YTN은 앞선 공지에서 책무위에 대한 노조의 ‘불법적 보도 통제 및 검열기구’란 평가에 대해 “책무위의 목표와 관련 규정은 물론 실제 활동을 오독한 것”이라고 밝혔다. 저널리즘책무위는 방송법 및 편성규약을 철저히 준수하고, “매일의 뉴스 콘텐츠 생산이나 개별 보도 편성에 일절 개입하지 않”으며, 공방위에서 다룬 사안의 재조사가 공방위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책무위의 설립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란 것이다. 또 공방위 합의만으로 전사적 사규 제정이나 이사회 차원 제도 개선안을 독자 의결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YTN은 그러면서 “책무위는 YTN이 저널리즘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에서 ‘구조적 허점’을 진단하고, 관련 사규를 입안해 내규화하는 등 제도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이 같은 책무위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노조는 책무위 활동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회사의 활동까지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YTN 이사회에 대한 구성원 비판이 출범 이후 지속돼 온 가운데 방미통위는 최근 이사회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YTN지부 등에서 이사회가 YTN 경영권을 장악했다며 방미통위에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던 상황에서 방미통위가 노사 양측에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다.
앞서 YTN지부는 4월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미통위는 YTN 이사회의 방송법 위반 행위에 대해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YTN지부는 YTN 이사회가 조직개편과 신설 등을 통해 “경영진을 건너뛴 채 주요 부서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보도 관련 사안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통해 보도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냈다면서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사실상 이사회가 경영과 보도 전반을 직접 장악하도록 조직을 재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 정치권서 유진 이후 YTN 지배구조 논의 ‘솔솔’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정권 방통위의 유진그룹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방미통위는 아직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이다. YTN지부는 방미통위가 직권으로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방미통위는 법률 자문단을 꾸려 법리 검토를 거친 뒤 자격취소 여부를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장선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선 ‘민영화’ YTN에 대한 후속 조치를 두고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4월3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가 기획한 ‘YTN 정상화를 위한 공적 소유구조와 사회적 책임의 제도화’ 세미나에서 정준희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YTN 정상화를 위한 공적 소유구조와 사회적 책임의 제도화’란 발제문을 통해 YTN 정상화를 위해선 우선 방미통위가 행정처분을 통해 승인 취소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기존 방통위의 2인 체제 결정의 위법성은 명백”하고, “이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치게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고 봤다. “시정명령을 교정 수단으로 사용하자든가 유진그룹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 불가능을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법적으로 구축된 현행 구조를 승인하자는 주장으로 심각히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발상으로 배척되어야 마땅”하다는 인식이다.
“현재 방미통위가 행정처분을 통한 승인 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비교적 명확”한 만큼 “절차적 위법성과 졸속성에 대한 독자적 판단을 통해 무효 결정이 가능”하고, 다만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행정 소송 및 손해배상 관련 문제,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절차적 이슈와 대금 산정 이슈 등을 촘촘히 살펴 대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정 위원장은 밝혔다.
나아가 정 위원장은 재발방지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률만 존재하는 비대칭적 법률을 개선해야 하고, 공영방송이나 준공영방송에 대한 소유구조 측면의 법적 정의를 더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미통위의 취소 결정에 따른 원상복구는 그릇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하는 과정일 뿐 그 자체가 위기에 처한 공공서비스 미디어의 정상궤도 복귀를 의미하진 않는 만큼 면밀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맥락이다.
이날 토론에선 방미통위의 취소 결정 이후의 과제와 절차 등을 두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이 방송장악 외주화의 성공 사례로 남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쓰든 일단 방송을 장악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정치 권력이 MBC나 KBS 등 지상파 공영방송까지 사영화를 시도하는 등 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공적 영역의 핵심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YTN의 공적 소유구조 복원이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으론 공기업의 지분 취득을 언급, “지분 인수 대상 공기업은 공모 절차로 모색하되 재정적 부담 등을 분산하기 위해 4~5곳이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궁극적으로는 보도전문채널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가역적인 지배구조 설계가 필수라고 지적하며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관계를 참조한 독립적 ‘공법상 재단’(가칭 ‘국민미디어재단’)을 YTN의 최다액 출자자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문에서 “‘4~5개 공기업의 공동 인수’ 모델은 매우 실질적이고 타당한 대안이다. 유진그룹의 지배주주 자격이 취소되면 방송법 제15조의2에 따라 지분 처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이때 과거 주주였던 공기업들이 다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단순히 지분만 공기업으로 되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 제정을 통해 MBC의 독립성을 지켜냈던 역사를 참고하여, 공기업들이 지분을 출연해 ‘국민미디어재단’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 이 재단이 YTN의 대주주로서 이사회의 다원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게 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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