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외이사가 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YTN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YTN 얘기를 꺼냈던 오창익 이사는 2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YTN 문제 해결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오 이사는 ‘정상화’라는 단어를 다섯 번 언급했다. 3월27일 주주총회에서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 등과 함께 신임 이사로 선임돼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유진그룹 부역자”들의 “YTN 경영권 찬탈”이라는 노조 비판을 반박하며 “YTN 정상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퇴 요구 또한 일축하며 “노조와 ‘YTN 정상화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주제로 토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공교로운 점은 YTN 노조 역시 ‘YTN 정상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어는 같지만 관점은 전혀 다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의 ‘퇴출’을 YTN 정상화의 첫 단계로 보는 반면, 오창익 이사는 ‘유진 체제’를 전제로 YTN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러니 ‘YTN 정상화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주제로 토론회를 한들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진단이 다른데 처방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노조가 퇴출 바라는 유진 체제서 정상화 논의하자는 제안
‘정상화’ 요구는 지금의 상황이 ‘비정상’임을 전제로 한다. YTN지부는 유진이 YTN 최대주주가 된 것, 근본적으로는 YTN이 민영화(노조는 ‘사영화’라 부른다) 된 과정 전반이 ‘비정상’이라 본다. 적어도 지난해 11월28일 이후, 노조의 이런 주장은 법적 타당성을 갖췄다. 바로 이날, 2024년 2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진이엔티를 YTN 최다액출자자로 승인한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진이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즉각 항소하면서 2심 판단까지 받아보게 됐지만, 피고이자 처분의 주체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법원 판단을 사실상 수용했다.
YTN은 상법상 주식회사이고 상장기업이지만, 그 이전에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다. 지분 30%를 가졌든 40%를 가졌든, 방미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지분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승인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니, YTN 최대주주로서 유진의 정당성에 타격이 가해진 것은 물론이다. 위법한 승인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과 그러한 처분의 수혜자인 유진이 YTN 지배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 사이엔 논리적 결함이 없어 보인다. 위법한 처분을 바로잡는 데서 YTN 정상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런데 법원의 ‘승인 취소’ 판결이 나온 뒤 유진에 의해 임명된 이사들도 똑같이 ‘YTN 정상화’를 외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무엇을 ‘비정상’으로 보고 있을까. 오 이사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YTN이 굉장히 오랫동안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파행’이 위법하게 승인 처분을 받은 유진이 여전히 대주주인 상황을 가리키는 것인지, 그런 유진을 퇴출하자고 노조가 2년 넘게 투쟁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비정상’의 책임을 유진이나 방미통위 쪽에 강하게 묻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경선 회장 책임은 ‘좋은 사장’ 임명 못한 정도?
오 이사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유진이 임명한 인사들이 벌인 김건희 의혹 등 ‘대국민 사과’, 현대자동차 기사 축소 건에 대주주 책임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표이사로 좋은 사람을 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잘못 정도는 있겠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모두 유경선 회장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건 조금 오버(과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유진, 아니 유경선 회장에게 ‘좋은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잘못 정도” 밖에 없을까.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보자.
2024년 2월7일, 유진은 방통위로부터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았다. 당시 유진은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기존 제도를 존중한다는 의지”를 밝혔고, 방통위는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YTN 대표이사 선임’ 등 10가지를 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YTN 지분 인수 대금을 완납하며 최대주주(30.95%)가 된 유진은 그날 바로 YTN측에 신규 이사 명단을 통보했다. YTN의 ‘새출발’을 꾀하며 유진이 선택한 인사는 다름 아닌 ‘올드보이’들이었다. 2008년 YTN 해직사태 인사위원이었고 내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다 2016년 퇴임 후엔 공정언론국민연대란 보수 언론단체 이사장을 지낸 이력이 거의 전부인 김백 전 상무를 사내이사로, 배석규 전 YTN 사장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한 달 뒤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된 이들은 당일 바로 이사회를 열어 기존에 있던 사장추천위원회 관련 규정을 먼저 폐지한 뒤 김백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백 사장은 선임되자마자 기구 개편과 인사 발령을 단행하고, 취임과 동시에 단체협약에 규정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채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사추위,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기존 제도를 존중한다는 의지”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고, 애초에 그럴만한 인사를 사장에 낙점한 게 유경선 회장이었다. 심지어 유 회장은 김백 사장이 김건희 보도 등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 날 YTN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보도방송의 최고전문가”라며 김백 사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YTN이 반년 넘게 “사장도 없고 보도 책임자도 없”는, 그야말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단순히 대주주의 ‘인사 실패’로만 볼 수 없다. 처음부터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이제는 그 자격까지 문제 되는 대주주가 민주진보 인사로 새 이사회를 꾸렸다고 해서 없던 신뢰가 싹틀 리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생길 리도 없다. 그런데 오 이사는 이런 맥락은 생략한 채 정상화 논의를 외면하는 게 노조인 양 나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YTN 문제를 얘기하면서 “고여 있다”, “급여도 굉장히 높다”고 언급하는 것도 그렇다. 그는 “이런 얘기까지 하면 또 욕먹겠지만”, “내 말이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면서도 이런 말을 굳이 반복한다.
YTN 공기업 지분 매각 논의가 본격화된 2022년 10월, 오 이사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신호 당시 언론노조 YTN지부장의 얘기를 들은 뒤 “말로는 민영화라고 하지만, 이거는 사영화다라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했다. 그때는 사영화로 보던 걸 이제는 달리 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당시 가졌던 문제의식 그대로 짧게는 지난 2년, 길게는 지난 4년간 YTN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된다. 그때에야 그토록 강조하는 노조와의 ‘대화’든 ‘정상화 논의’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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