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형 전광판 사업 확장, 수익을 넘어 시민의 미디어로

[언론 다시보기]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BTS의 컴백 기념 라이브 공연 영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광화문 광장이었다. BTS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광화문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전광판엔 공연에 맞춰 BTS와 넷플릭스의 관련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었다. 광화문의 초대형 전광판들의 해당 시간대 광고를 선점해 공연의 배경으로 활용한 것이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광장을 에워싼 KT,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옥 등에 위치한 초대형 전광판들은 BTS 공연 전후 광고 슬롯이 조기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BTS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컴백 공연 ‘아리랑’을 선보인 3월21일, 광화문 일대 대형 전광판에서 BTS와 넷플릭스 관련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러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은 광화문 일대가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가 완화된 덕분이다. 코엑스에서 시작된 화려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경관은 이제 명동과 광화문, 그리고 해운대로 확장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언론 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요 언론사들의 실적 발표에서 중앙일보가 조선일보를 누르고 매출액 1위를 차지한 것이 화제가 됐다. 중앙일보 매출액의 결정적인 증가 요인은 다름 아닌 디지털 옥외광고(DOOH, Digital Out-of-Home) 광고 매출의 증가다. 중앙일보는 코엑스와 파르나스 미디어 타워, 광화문 동화 미디어 타워, KT스퀘어 등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 기반의 옥외광고 매체를 운영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KT그룹의 계열사 KTis의 엘리베이터 광고 부문(타운보드TV)을 인수하며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6개 지역 MBC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목포MBC가 유일했는데, 그 배경으로 디지털 옥외광고가 꼽힌다. 목포MBC는 2023년 목포역 앞으로 사옥을 이전한 뒤 공간 임대와 디지털 옥외광고 사업을 시작했다. 입지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이 방송광고가 급감하는 가운데에서도 지역 방송사에 숨통을 터준 것이다.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발간한 ‘2025 옥외광고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디지털 옥외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1조6634억원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광고 시장 침체 속에서도 DOOH만큼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사도 이러한 흐름의 수혜를 입고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언론사들은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지정의 혜택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초대형 전광판을 자사 건물 외벽에 설치하고 DOOH 광고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인천공항 등에서 옥외광고 사업을 운영하며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초대형 디지털 전광판의 확장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형 전광판이 내뿜는 빛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또한 도시 경관에서 디지털 스크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스크린에 송출되는 콘텐츠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고려해 자유표시구역의 스크린들은 법적으로 전체 콘텐츠의 일정 비율을 공공 콘텐츠로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사업화의 문을 연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열린 디지털 미디어 공간이 현실의 장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할지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런 점에서 DOOH의 성장을 언론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언론사의 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가 사업이 있지만, 옥외 전광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디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미디어로 채우는 역할을 담당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과 만나는 접점을 확보한 셈이다. 점점 더 많은 디지털 스크린들이 우리의 일상을 채우기 시작하는 지금, 이 스크린을 채워나가는 주체의 역할 역시 중요해질 것이다.


전통적인 광고 수익 감소와 독자 이탈이라는 이중 위기 속에서, 언론사가 새로운 스크린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은 분명 산업적으로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확장되려면, 거대한 디지털 스크린이 수익만을 위한 광고판을 넘어 시민의 일상을 풍성하게 하는 미디어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들이 그동안 고민하고 축적한 공적 감각을 토대로 새로운 도시 경험의 ‘장면’들을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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