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초여름, 응원 열기는 한 여름… "우리가 승리한다!" 

[제52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 대회 이모저모

헤럴드경제 기자들이 이날 노원 마들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 첫 경기를 지켜보며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최승영 기자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시작된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는 비교적 쌀쌀한 날씨 속에 시작됐지만 낮엔 기온이 섭씨 27도에 이르러 초여름을 넘어섰다. 응원 열기는 더 뜨거워 한 여름이었다. 주말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은 “잘한다”, “아직 시간 많아”, “우와아” 등 응원과 함성을 이어가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북돋았다.

이날 메트로미디어는 인턴 기자까지 출동해 주문 제작한 응원 깃발을 흔들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연신 ‘화이팅’, ‘잘한다’를 외치던 이청하 기자와 김보민 인턴 기자는 전반 10분 김주형 기자가 동점 골을 넣자 “응원 현수막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TV에서도 선수들 외 10여명 기자들이 “승리하라! 연합뉴스TV” 플래카드를 걸고 짝짝이를 치며 동료, 선후배들 응원에 나섰다. 회사 기록용으로 카메라가 출동해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꼼꼼히 찍기도 했다. “정론직필! 팩트만 말씀드릴게요 오늘도 헤럴드가 승리합니다!”라고 플래카드를 통해 선언한 헤럴드경제에선 20~30여명이 파랑색 막대 풍선을 들고 응원에 나섰다.

김보민 인턴 기자(왼쪽)와 이청하 기자(오른쪽)가 메트로미디어 응원 깃발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한내 기자

일부 언론사는 매체 특성을 살리거나 재치 있는 표현을 담은 현수막으로 눈길을 끌었다. 뉴시스의 “속보는 우리가 승리도 우리가”, CBS의 “CBS 폼 미쳤다잉” 등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뉴스 응원단은 이날 “공은 둥근데 우린 모났어 최강 파뉴 무조건 이긴다!”는 현수막을 들고 응원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냈다. 이날 응원단 중 한 명인 파이낸셜뉴스 지회장 정상희 기자는 현수막 문구 의미에 대해 “회사 사시가 ‘모나지 않은 정론지’다. 오늘만큼은 뾰족한 경기력을 펼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이를 갈고 후배들이 정말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경기가 잘 안 풀린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부가 함께 뛰는 축구시합…선후배, 동료, 가족 한 자리에

뉴스1에선 신혼부부가 나란히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 3월7일 결혼식을 올린 손엄지·정재민 기자 부부는 후반전 손엄지 기자가 교체 투입되며 함께 경기장을 누볐다. 손 기자가 투입되자 상대 팀에선 “풋살대회 득점왕이 출두했다”며 긴장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손 기자는 지난해 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에서 뉴스1의 3연패를 이끌며 득점상까지 받았다. 경기 직후 손 기자는 “남편이 저한테 어시스트를 해주기로 했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면서도 “점수가 3점 차 이상 벌어지면 경기에 들어가기로 해 동료들이 더 열심히 뛰어준 것 같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손엄지 뉴스1 기자가 EBN과의 예선전 경기에서 공을 차고 있다. /김한내 기자

행사 전반은 회사 동료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함께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농협대 축구장에선 “중앙팀 이겨라 중앙팀 이겨라!”라는 앙증맞지만 또렷한 응원소리가 퍼졌다. 중앙일보 사내부부인 박해리·한영익 기자, 선수로 출전한 정용환 기자의 아이들이다. 엄마, 아빠 곁에 나란히 앉아 짝짝이를 흔들며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친 아이들은 끝까지 집중력 있게 경기를 지켜봤다.

박해리 중앙일보 기자는 “매년 동료들을 응원하려고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에 온다”며 “동료들의 아이들이 만나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막 6개월 된 김효성 기자의 아기도 경기장을 찾아 아빠의 힘이 됐다. 아이들의 기운을 받은 덕분일까, 중앙일보는 이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선수로 참가한 주동일 연합인포맥스 기자는 “사무실이나 현장이 아니라 축구장에서 선후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더 돈독해 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주말에 시간을 내 동료들과 운동할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박해리 중앙일보 기자(오른쪽)를 비롯해 선수로 출전한 기자들의 아이들이 18일 농협대 축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박지은 기자

“의리 지키러 왔다”…축구대회 응원하러 온 풋살팀 여성기자들

이날 축구대회에선 한 주 전 열린 여성회원 풋살대회 선수들이 다수 참석해 응원하는 풍경도 나왔다. 연합뉴스TV 여성회원 풋살팀 주장으로 이날 축구대회에 응원을 온 구하림 기자는 “풋살팀 감독이 축구팀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며 “의리를 지키러 왔다”고 했다. 풋살을 하기 전엔 축구대회 응원을 잘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자발적으로 왔다는 그는 “실제로 경기를 뛰어 보니 이게 얼마나 긴장되고 힘든지 공감이 되지 않나. 경기할 때 밖에서 목소리 큰 애들이 응원해주면 힘난다는 걸 아니까 더 열심히 응원하려 한다”고 했다.

MBC와 첫 경기를 마친 후 남성 기자들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묻자 구 기자는 “처음엔 좀 긴장한 것 같았는데 금세 긴장이 풀렸는지 3대0으로 예상 외 선전을 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뉴스TV는 16강에 진출했다.

김명진 조선일보 기자가 예선전에서 골을 넣자 응원을 위해 방문한 강경희 편집국장과 풋살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한내 기자

중앙일보 풋살팀 주장인 최서인 기자는 인터 마이에미의 메시 유니폼을 착용한 채 열정적으로 응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늘색 바탕에 분홍색이 포인트인 중앙일보 축구팀 유니폼과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 최 기자가 직접 사비로 산 옷이다. 함께 응원에 나선 풋살팀 동료들은 주장인 최 기자가 실제 “풋살팀 메시로 불린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풋살팀 선수는 아니지만 한국기자협회 중앙일보 지회장인 성지원 기자도 ‘G1’(지원) 마크를 단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조선일보에서도 풋살 선수들이 ‘변우석보다 강우석’, ‘테토남 이태동 응원합니다’ 등 문구가 적힌 깃발과 ‘조선일보 파이팅’이 적힌 머리띠를 들고 응원에 나섰다. 지난주 풋살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풋살팀 기자들은 “머리띠는 노조가, 깃발은 풋살팀이 준비했다”며 “축구대회 선수로 출전한 풋살팀 감독과 어드바이저를 응원하려고 모였다”고 했다. 이들은 전반 4분 김명진 기자가 골을 넣자 연신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중앙일보 축구팀 유니폼과 비슷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선 최서인 중앙일보 기자. /박지은 기자

16강 진출 실패했지만…‘3전 4기’ 1승, ‘수년 만 출전’ 기록도

이날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승리와 출전이 기록됐다. 에너지경제는 2023~2025년 대회에서 각각 3대1, 3대1, 3대0으로 패배하며 그간 승리한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에너지경제는 브릿지경제를 맞아 1골을 넣고 이를 끝까지 지켜내며 ‘3전4기’만에 1승을 기록했다. 이날 선수로 뛴 김철훈 에너지경제 유통중기부장은 1승 후 기자에게 “12명이란 얇은 선수층으로 도전했는데 네 번째 도전 만에 첫 승을 거둬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부장은 “기자협회 가입도 쉽지 않았는데 축구대회 1승도 쉽지 않았다. 승리보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한 해도 빠지지 않은 채 4년 연속 출전했는데 오늘 응원단이 많이 온 덕분인지 진짜 첫 승까지 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에너지경제는 32강전에서 한겨레에게 패하며 16강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날 대회에서 4년 만에 첫 승을 올린 에너지경제와 4년 만에 재출전한 브릿지경제가 맞붙은 모습. /최승영 기자

공교롭게도 에너지경제가 1승을 거둔 상대는 브릿지경제였다. 2022년 대회에서 서울경제에 8대0으로 대패한 후 브릿지경제는 ‘4년 만에 출전’했다. 이날 선수로 경기를 뛴 곽진성 브릿지경제 기자는 “당시 제가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인대가 나가서 거의 10대11로 뛴 게임이었다. 이후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어 출전을 못했는데 후배들이 ‘선배, 이번엔 하자’고 했고 팀 구성이 돼서 출전하게 됐다. 목표는 첫 경기 승리”라고 했다.

오랜만에 참여한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브릿지경제 선수들은 경기 내내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대회 예선에서 브릿지경제는 승리를 한 적도 있다.

파이낸셜뉴스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동료 기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

뉴스핌은 이날 8년 만에 축구대회에 출전했다. 강호 서울경제를 첫 상대로 만나 32강 진출엔 아쉽게 실패했다. 전반 6분 박무인 서울경제 기자에게 골문을 허용한 뉴스핌은 이후 몇 차례 골 찬스를 만들었으나, 서울경제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주장을 맡은 정탁윤 뉴스핌 기자는 “나이가 50을 앞두고 있어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후배들과 오랜만에 경기를 뛰니까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년에는 젊은 기자들을 보강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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