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엔 없는 '시청자의 날'… KBS "시청자 중심 경영을"

수신료 통합징수법 통과일 기념해 4월17일 시청자의 날로
5년동안 9월에 진행하던 시청자주간도 4월로 변경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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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7일, 오늘은 ‘시청자의 날’이다. 달력엔 나와 있지 않다. 포털에서도 무슨 날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오직 KBS가 낸 보도자료와 기사에서만 확인된다. 시청자의 날은 KBS가 ‘지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KBS가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시청자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했다. /KBS

KBS는 9일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수신료 통합징수의 법률적 토대가 마련된 방송법 개정을 계기로, 시청자 중심의 경영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매년 4월17일을 ‘시청자의 날’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을 ‘시청자주간’으로 운영하며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고많은 날 중 4월17일이 ‘시청자의 날’이 된 건 1년 전 이날 이른바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다. 2023년 윤석열 정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해 징수할 수 없게 했는데, 이런 되돌리기 위해 아예 상위법인 방송법에다 통합징수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이 수신료 통합징수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혔다가 지난해 4월17일 이뤄진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2024년 7월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 시행된 이후, KBS의 수신료 수입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준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 등에서 여전히 관리비 고지서에 수신료를 포함해 징수하면서 수납률은 10% 정도 빠졌다. 다만 징수 비용 증가로 연간 순손실이 1100억원에 달한다고 KBS는 당시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KBS 당기순손실(996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니 통합징수법이 통과됐을 때 KBS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KBS는 직후 사보 특보를 내고 “한마음 한뜻으로 공영방송 지켜냈다”며 감격해했다. 박장범 사장은 수신료 통합징수법 처리에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의미로 전국 지역 총국을 돌며 시청자위원들을 만나고, 감사패를 전달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해 6월24일 ‘KBS 시청자위원 전국대회’를 열기도 했다. 전국 시청자위원을 서울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주고, ‘열린음악회’ 특집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4월17일을 시청자의 날로 제정하자는 제안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그런데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통과된 날을 ‘시청자의 날’로 지정한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동의를 표할까. 방송법은 시청자가 아닌 ‘TV 수상기 소지자’에 수신료 납부 의무를 부과한다. 시청자와 수신료 납부자는 동의어가 아니다. KBS를 전혀 안 봐도 집에 TV가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 KBS는 물론 TV 시청 여부와 상관이 없기에 ‘시청료’라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왜 수신료 징수 방식을 법에 명문화했을 뿐인 그런 날이 ‘수신료의 날’도 아닌 ‘시청자의 날’이 된 것일까.

사실 KBS엔 이미 ‘시청자주간’이 따로 있었다. KBS는 2020년 시청자위원회 출범 30주년을 맞아 9월 첫 주를 ‘시청자주간’으로 정하고 2024년까지 매년 관련 행사를 진행해 왔다. KBS는 2020년 당시 “시청자라는 단어를 처음 법률 용어로 공식화하고 지상파 방송사에 시청자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한 1990년 개정 방송법의 시행일인 9월2일과 방송의 날인 9월3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21년 9월 시청자주간에 진행된 KBS 시청자포럼. 양승동 당시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이 시청자 질문 등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양승동 사장 당시 만들어진 시청자주간은 김의철 사장을 거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민 사장 시절에도 9월 첫 주 그대로 운영됐다. 그런데 박장범 사장 취임 후인 지난해 이를 건너뛰더니 올해 들어 4월로 바꾼 것이다. KBS는 지난해에는 11월3~10일을 ‘시청자 감사 주간’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11월은 개정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통합징수가 본격 시행된 달이다.

그보다 앞서 2005년엔 KBS 공사 창립 기념일인 3월3일에 즈음해 3월 초 한 주간을 시청자주간으로 운영한 적도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시청자’를 내세운 것만 같을 뿐 날짜는 몇 번이나 바뀌었다. 시청자들은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까. 아니, 시청자의 날이나 시청자주간의 존재를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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