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피해자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2월 10일 저녁, 영업에 방해가 될까 말을 아끼던 모텔 직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몇 시간을 설득한 끝에 들은 첫마디, “여자가 수상하긴 하죠”.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 여성이 훗날 신상공개까지 이뤄지는 ‘연쇄살인’ 피의자가 될 줄은요.
김소영은 처음부터 살인 혐의를 부인해 왔습니다. 약물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죽을 줄은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은 자의 말을 대신할 ‘사실’들이 필요했습니다.
김소영의 동선을 따라 밤낮으로 현장을 누볐습니다. 그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과 추가 피해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기자로서 취재의 의미와 성취를 느끼는 동시에, 취재를 이어갈수록 사건의 실체가 점차 ‘살인’에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며 기사 한 줄마다의 책임도 더욱 크게 느꼈습니다.
결국 김소영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생존한 추가 피해자들의 사건도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김소영의 범행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김소영의 진짜 속내까지 알고 있다고는 자신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김소영은 “피해자들이 죽을 줄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판단은 법원의 몫입니다. 피해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엄정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번 취재는 혼자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습니다. 늘 정확한 판단으로 이끌어주신 김구연 캡과 김태헌 바이스, 그리고 함께 수유동 일대를 누빈 사건팀 김수정·김지은·박인·이원석 기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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