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與의원들 주도 'TBS 지원', 당 대표가 뒤집었다
과방위 의결 약 1시간 뒤, 정청래 대표 "추진할 생각 없다"
올해 예산안 포함했던 TBS 지원금도 기재부가 백지화
지난해는 정부가 뒤집었고, 이번엔 당 대표가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TBS 예산 지원 얘기다.
과방위는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TBS 운영 지원 예산 49억5000만원을 포함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소관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전날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처리가 불발되자 하루 만에 다시 회의를 열고 수정안을 상정, 찬성 11명에 반대 1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의원 10명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과방위 결정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먼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TBS 지원 등을 가리켜 “이번 전쟁 추경 예산에 전혀 맞지 않은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하자 정청래 대표가 “이번 추경의 성격에 TBS 예산은 맞지 않다고 당에서 뜻을 모았다”며 “그 부분은 여야가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화답한 것이다.
이 회담이 한창 진행될 무렵,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과방위는 대통령님의 당부대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애초 정부안에는 없었지만, 교통방송 TBS 지원 예산 45.5억원(*49.5억원을 잘못 쓴 것)을 방미통위 추경안에 담아서 통과시켰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이 TBS를 폐국 직전으로 몰아가 생존권이 벼랑 끝에 처한 TBS 구성원들이 중동 전쟁으로 더 고통받는 것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도 과방위 의결 직후 페이스북에 ‘TBS 지원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초석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TBS 지원 예산이야말로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의 핵심 가치인 ‘민생과 안전’에 가장 부합하는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당 대표는 대통령 앞에서 TBS 지원은 이번 추경 성격에 맞지 않는 것으로 “당에서 뜻을 모았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한 사안이 어떻게 한 시간여 만에 당 대표에 의해 뒤집힐 수 있을까. 당 지도부와 최소한의 교감도 없이 상임위에서 이를 처리한 것인지 의문이 잇따르지만, TBS 추경안 통과 소식을 직접 전했던 최민희 위원장과 김현 의원은 만 하루가 지나도록 페이스북에 어떤 설명 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8일 오후 7시 기준).
TBS 내부는 당장 혼란에 빠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현재 TBS는 장기간 재정 지원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공공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나 송출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정보 접근권과 직결된 공공 서비스 공백의 문제”라며 “이미 작동하고 있는 공공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과방위가 의결한 TBS 운영지원 예산 49억5000만원은 공공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부는 해당 예산을 훼손 없이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지연 TBS지부장은 8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상임위의 결단이 몇 시간 만에 뒤집힌 이 장면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TBS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박탈감이 아니다. 적대적인 외부 공격보다 더 깊은 단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이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방위가 편성한 TBS 지원 예산안이 뒤집힌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거다. 과방위는 지난해 11월17일 전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며 당초 정부안에 없던 TBS 74억8000만원 지원안 등을 역시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백지화하면서 TBS 지원금이 빠진 예산안이 12월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바로 다음 날 국회에서 열린 TBS 정상화 토론회에 참석한 최민희 위원장은 “할 말이 없다”며 “괜히 저희가 희망을 드리고 그걸 끝까지 관철해 내지 못해서 더 큰 실망을 드렸을텐데, 그래서 진짜 할 말이 없다. 미안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뭐, 어쩌겠나. 다시 길을 찾고 가봐야지”라며 방미통위가 구성되면 상업광고 허용을 포함해 “다각도로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7일 성명에서 “TBS 구성원들에게 지난 연말 예산 전액 삭감에 이어 또다시 추경 편성 좌절의 고통을 견뎌내라 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지 않은가”라며 “정부여당에 요구한다. TBS 예산 삭감 방침을 재고하라. 추경 편성뿐 아니라 방미통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상업광고 허용’ 등의 TBS 정상화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쟁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TBS 지원이 바로 민생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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