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픽' 양상우 YTN 이사 "설렌다" 소감에 구성원 폭발
이사회에 분노, 기수·개인 성명 잇따라
사흘간 수십건, 230명 넘게 이름 올려
"'유진' 얘기 빼고 보도독립? 어불성설"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 등 범여권 인사 다수가 포함된 YTN 이사회의 새 출범 후 YTN 구성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조합과 사내 직능단체는 물론 기수·개인 차원의 수십 개 성명이 계속 이어지며 새 이사진과 유진그룹에 대한 사퇴요구, 비판을 내놓는 상태다. 앞서 내부 반발 속에 이사 선임안이 통과됐고, 이후 YTN 이사회는 ‘이사회 책임경영 체제’ 선포,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 가동을 통한 제도 개선 뜻을 밝혔지만 구성원들은 유진 체제를 존속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3월30일부터 1일 오후 현재까지 YTN 사내 게시판엔 YTN 이사회, 유진그룹에 대한 비판 성명·글이 수십 개 올라갔고, 계속 추가되는 중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YTN 기자협회 등 단체 성명 2건을 비롯해 4·5·6·7·8·9·11·12·14·15·18·19·20·21·22기 기수 성명 15건, 개인 게시글 11건이 게재됐고, 디지털국 전·현직 구성원 43명도 공동 성명을 냈다.
우선 YTN 기자협회가 3월31일 양상우 YTN 이사회 의장의 출근 소감 글에 대해 “YTN을 둘러싼 현실 인식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구성원들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선전포고”라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YTN 보도 공정성과 저널리즘 가치 훼손의 근본 원인을 “유진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배구조와 그로 인한 의사결정 체계”로 지목하며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당수 이사가 유진 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개혁의 주체로 내세우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YTN 기자협회는 “겉으로는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 재발 방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 해결의 ‘모양’을 만들어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진정으로 YTN 정상화와 보도 독립성 회복을 원한다면, 출발점은 명확하다. 유진 체제 이후의 의사결정 구조, 보도 개입 사례, 인사 문제 전반에 대해 이사회 스스로 유경선 회장에게 책임을 묻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새 YTN 이사회는 출범 후 ‘이사회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가 보도 자율성 침해 사안인 ‘김백 사장 대국민 사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남 기사 삭제’ 건을 조사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언론노조 YTN지부는 “YTN 경영진을 배제하고 대주주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며 “‘양상우 사단’이 장악한 이사회가 경영, 보도, 인사 전반의 통제를 공식화한 것”이라 비판했다. YTN 이사회는 이후 “법리적 오독이자 왜곡”이라며 반박했다.
이 가운데 양상우 의장이 3월31일 “첫 출근의 설렘을 담아 우선 글로 인사를 올린다”는 인사말을 올렸고, 여기서 “모두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시 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등 발언을 담으며 반발은 조직 전반으로 확산됐다. 그는 “구성원의 상처와 불신이 생각보다 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다른 이사들을 대신해 약속드린다. 이사회는 YTN의 모든 이해 관계자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을 수호할 것”이라며 “제가 주무를 맡은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결론을 정해놓고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목적이고 “응징이 아닌 ‘재발 방지’에 무게를 두겠다”고도 했다.
저연차부터 30년차까지… "위법체제 올라탄 이사회가 보도 독립? 말장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저 수준 연차부터 30년차까지, 대다수 YTN 소속 언론인들이 반발하는 상태다. 1997년 입사한 5기는 기수 성명에서 “언론의 정도를 저버린 행태 뒤에는 유진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데, 유경선이 꽂은 인물들이 저널리즘 책무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일왕의 명을 받은 자들이 조선총독부의 비리를 조사하겠다는 꼴 아닌가”라고 했다. 이는 유진그룹 시기 이뤄진 보도 관련 문제를 유진그룹 추천으로 이사회에 들어온 인사가 해결하겠다고 하는 한계에 대한 지적과 닿아 있다.
2022년 입사한 22기는 “양상우 이사 등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문제들 모두 유진이 최대주주로 입성하고 난 뒤에 발생했다. (중략) 그런데 이사회가 수차례 올린 인사말에 ‘유진’은 쏙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22기는 “우리는 양상우 이사를 필두로 한 당신들이 딛고 서 있는 땅 자체가 잘못됐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업무환경을 망쳐 온 최대주주를 등에 업고 이사가 된 인사들이 무슨 보도의 독립을 수호하고 ‘재발방지책’ 따위를 논의하나”라고 적었다.
19기 역시 “위법한 체제에 올라탄 새 이사회가 외치는 독립은 우리에게 말 장난일 뿐이다. (중략) 문제의 토대가 된 그 구조 위에 똑같이 서 있는 이사회가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겠다니 진상 규명이 아니라 자기 면책을 위한 자기 부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4기도 “새 이사회는 우리는 유진과 다르다, ‘착한’ 사람들이다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중략) 그 말을 믿는다고 해도 여러분을 이사로 임명한 유진의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되는 건가. (중략) 유진 체제 아래서 새 이사회가 외치는 독립과 저널리즘은 허울 뿐이고 항상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 YTN 보도와 저널리즘 가치 회복을 위해 YTN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유진그룹에 대한 보위 외에 사실상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7기는 “지난 2년 YTN의 시스템을 폭파하고 구성원들의 꿈을 짓밟은 것이 유진 체제다. (중략) 한가롭게 제도적 보완을 약속한단다”라며 2024년 3월 YTN 이사회가 사장추천위원회를 폐지한 건을 언급, “문제는 제도가 아니고 사람이고, 유진이다. 이사회 스스로도 유진의 수족이 되어 YTN을 망가뜨린 책임이 있다. (중략) 유진 체제에서 부러지고 베이고 YTN이 저널리즘 책무를 다하러 가는 길에 이사회는 걸림돌이 되지 말라”고 했다.
20기는 “현재 YTN의 문제는 사규에 ‘사과방송 멋대로 하지마라’, ‘기사 맘대로 지우지 마라’는 문구 한 줄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YTN의 문제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동원된 기업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언론사를 자악하고, 지금까지도 무리수를 일삼으며 기업 총수에 친화적인 이들을 이사진으로 앉히는 등 야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제의 근본이 유진의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지 못할 거라면 더 이상 객기 부리지 말고 내려오라”고 강조했다.
8기는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 기가 차다. 위원회에선 현대차 기사 삭제 건을 최종 승인한 자가 지금의 사장 대행인 건 알고 있나. 공식 사과도, 징계도 없이 넘어간 이 사안에 대해 사장 대행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무엇을 들여다본단 말인가. (중략)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안은 앞서 노사 간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이미 논의되었다”고 했고, 4기는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인 “양상우, 오창익, 이유정 씨에게 요구한다. 유진의 위법성과 불법성을 문제제기하라. 그조차도 못한다면 당신들이 YTN에서 할 일은 단 하나도 없다”고 명시했다.
2008년 낙하산 사장·해직 사태 수준 분노… "진보의 자본 앞 곡소리"
이처럼 성명에 이름을 걸고 비판 목소리를 낸 YTN 소속 언론인은 230여명에 달한다. 2008년 낙하산 사장과 해직기자 사태를 겪었던 당시를 빼면 이 정도로 구성원 전반이 분노를 표하는 일은 없었다. 특히 성명 전반에선 소위 진보 인사들의 유진그룹 체제 YTN 이사회 참여에 대한 배신감이 드러난다. 지난해 말 법원이 ‘YTN 최대주주 자격 승인 취소 판결’을 내리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후속 조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유진그룹의 지배력 강화나 정치권 로비를 위한 대응으로 읽히는 행보에 범여권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는 실망감이 크다.
6기는 “‘양파’라고 들었다. 한겨레 사장 시절 양상우 사단을 내부에서 그리 부른단다. (중략) 어떻게 포장해도 유진 유경선 회장과 친분에서 비롯된 총독부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진은 김백 때 본부장 무리를 앞세워 장악을 시도하더니 이번엔 ‘양파 이사회’로 생명 연장을 꿈꾸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주총 당시 양 의장과 오창익 사외이사를 언급, “유진을 등에 업은 양파 사단과 인권 단체 출신 이사 눈엔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2008년 낙하산 투쟁 당시 YTN 내부 분노 수준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11기는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더 어렵다. 때문에 윤리강령 첫째 항목에 못 박은 신문도 있다”면서 “특정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과점주주가 회사의 경영권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는다”는 한겨레신문 윤리강령을 적었다. 이들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 거기는 안 되고 여기는 되나. 당신들 같은 자들을 잘 알고 있다. 소속했던 곳의 이름과 자리를 팔아 자신의 다음 자리를 위한 담보로 삼는 자”라며 “이번 감투는 당신들의 주홍글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15기는 “양상우 씨의 인사말은 참혹했다. 설렘과 첫걸음을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겐 진보와 인권을 업으로 삼아온 이들이 자본 앞에 쓰러져 부르는 곡소리로 들렸다”고 했다.
5기는 양 의장의 행보에 대해 “진보 언론 사장을 2번씩이나 하고도 자리 욕심에 눈이 멀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언론인으로서 공적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9기는 “‘진보’와 ‘인권’에 먹칠하지 말라. ‘이성’ 대신 ‘양심’을 돌아보라. 언론의 가치도, 언론인의 자존심도, 노동의 소중함도 짓밟은 유진그룹의 앞잡이가 된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했고, 22기는 “제아무리 인권과 진보의 외피를 뒤집어쓴들 현 이사회가 유진을 등에 업고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차라리 이 회사 밖으로 나가 유진이 저지른 일들을 들춰주는 게 ‘공익’에 좀 더 부합할 듯하다”고 했다.
이 같은 목소리들은 공통적으로 YTN 이사진의 사퇴, 유진그룹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21기는 “저희가 아는 YTN은 공적 책무를 다하는 보도전문채널이었다. 내부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은 있어도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강행한 적은 없다. (중략) 하지만 유진은 YTN을 장악하자마자 이러한 ‘자치 규범’을 차례로 무력화하고 무너뜨렸다. 계엄군이 들어와서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마비 시키고 ‘군에 의한 통제’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절한 계엄군이니 믿어달라는 꼴이다. 하지만 YTN에 더 이상 군부는 필요없다. (중략) 부디 YTN을 떠나길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12기는 “YTN 구성원들이 고통 속에서 꼿꼿하게 서서 투쟁해 온 이유는 정권의 이익 자본의 탐욕을 앞세운 이들을 우리의 보도에서 몰아내기 위함이다. 구본홍, 배석규, 유진그룹, 김백, 양상우 사단 당신들 같은”이라며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의 책무’”라고 했다. 디지털국 전·현직 구성원들도 “법원 판결로 최대주주 자격조차 흔들리고 있는 유진그룹, 그리고 그 의중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사회가 어떻게 YTN의 독립성을 입에 올릴 수 있나. 당신들은 YTN의 미래를 지키는 이사회가 아니다. 자본의 사익을 대신 말하는 대리인일 뿐”이라며 “유진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며 구성원에게 상처를 준 과오를 사과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한편, 언론노조 YTN지부는 조합원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1층 로비에서 양상우 의장 출근길 규탄 피케팅을 진행하고 유진그룹 퇴출과 양 의장 사퇴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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