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심위원장 '그알 청문회' 예고했던 최민희, '검언유착' 제기

1일 방미심위 위원장 인사청문회 첫 개최
최 위원장 "재심 요청 오면 꼼꼼히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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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청문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국민의힘 쪽에서 ‘그알’ 관련하여 언론 자유 운운하는 얘기가 있어서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청문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잘 해보겠습니다.”

3월26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다가올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실소하고 있다. /뉴시스

그리고 엿새가 지나 오늘(1일), 국회 과방위 주최로 고광헌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의원별로 각 7분씩 주어진 오전 주질의 시간, 역시나 박충권, 박정훈 등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알 얘기를 꺼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한 장영하 변호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가 확정된 이후 대통령이 SNS에서 직접 제작진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이에 SBS 노조가 반발하며 파문이 일었던 사안이다.

박충권 의원은 이 대통령이 SNS에서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신들도 언론인가”라며 SBS를 비판한 것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냐”고 고 후보자에게 물었다. 박 의원은 “섬뜩한 협박”이라면서 “나 같으면 잠이 안 올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이다음 스텝이 뭐겠는가”라며 “민주당이 지금껏 해온 과정들을 보면 방미심위를 통해 SBS에 법적 제재를 가하려고 하거나 방송 3법처럼 지배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정훈 의원도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사안에 대한 독립 심의기구 위원장 후보자로서의 판단을 물었다.

최민희 위원장 “그알이 왜 문제냐면…”

반면 최민희 위원장은 그알 자체를 문제삼고 나섰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질의 차례가 되자 “왜 그알이 문제 되는가”라며 2018년 그알 방송과 장영하 변호사가 유죄를 받은 사건은 별개라는 SBS 노조 측과 국민의힘 등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최 위원장이 영상을 통해 제시한 자료 등은 봉지욱 기자가 3월24일과 26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서 공개한 것과 같았다. 최 위원장이 “이게 이 사건의 전말”이라며 질의의 상당 시간을 할애한 발언 역시 봉 기자의 주장 등을 요약 정리한 것이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일 고광헌 방미심위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용한 자료 화면. 봉지욱 기자가 유튜브 '매불쇼'에서 사용한 것이다. /국회 인터넷의사중계

최 위원장은 “그알이 처음 보도한 이후로 박철민이 (조폭 연루설을) 구상하고 2차 보도 전에 검사로부터 2차 보도가 있으리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이게 그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검사가 (2차 보도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라면서 이를 ‘검언유착’으로 규정했다. 그알은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2017년 방송에서 다룬 데 이어 2018년 해당 사건의 범인 김형진이 베트남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이후 후속편으로 지금 논란이 되는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을 내보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관련 방송의 재방영과 인터넷 유포 등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2020년 방심위는 해당 방송에 대해 공익적 가치는 높지만, 재연 장면을 자막 등으로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점을 들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최 위원장은 하지만 “그때는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드러난 이후 재심 요청이 가능한가”라고 고 후보자에게 물었다.

고 후보자가 “지금까지는 심의 요청이 없었다”고 하자 최 위원장은 “새로운 사실, 검언유착 실상이 재판에서 공개됐으니 만일 누군가 재심을 넣는다면 그때 꼼꼼하게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검언유착을 단정하고 사실상 심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2020년 심의 끝난 사안… 재심 청구 근거 없어

그러나 최 위원장이 말한 것과 같은 ‘재심’ 등의 근거는 방송법이나 방미심위 설치 근거 법령인 방미통위법,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어디에도 없다. 재심은 제재조치를 받은 방송 사업자가 방미심위가 아니라 제재 명령을 내리는 주체인 방미통위에 청구하는 것이다. 2020년 SBS가 당시 받은 권고는 제재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SBS가 이에 불만이 있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해당 사업자가 아닌 일반 민원인이 재심을 요구할 수도 없다.

게다가 ‘검사 회유설’ 등을 주장한 김형진은 파타야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징역 17년형을 살고 있는 범죄자다. 2021년 뒤늦게 그알을 보고 ‘이재명 낙선’을 목표로 ‘조폭 연루설’ 등을 기획했다는 박철민 역시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가 선고된 인물이다. 이들이 재판 등에서 증언하거나 자필 편지에 썼다는 내용 등이 ‘검언유착’의 근거가 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그알에 대한 검언유착 의혹 제기는 현 단계에서 ‘사실’이 아니며 무엇보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에 관한 과거 보도를 지금 다시 심의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런데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이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독립기구’의 위원장이 되려 하는 고 후보자는 특별히 반론을 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알에 잘못이 있고,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알 보도가 뭐가 문제라고 보나”란 박정훈 의원 질의에 “그알 보도 문제는 대법원에서 최종 심급이 판결했다”며 “잘못이 법원서 최종 확정된 사례”라고 답했다.

“인사권자 의중 헤아리겠다”는 ‘독립기구’ 방미심위원장 후보자

고광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고 후보자는 이날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겠다”는 취지로 말해 최민희 위원장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고 후보자는 “취임하면 방미심위 정상화 프로토콜을 추진하겠나”라는 황정아 의원 질문에 “인사권자의 의중을 정확히 헤아려서 저희 9인 위원의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고 후보자는 대통령 추천으로 방미심위 위원에 위촉됐고, 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호선됐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통령이 재가하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기관의 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명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방미통위 설치법을 주도한 민주당은 ‘제2의 류희림을 막겠다’며 해당 규정을 만들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하고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면 (본인의) 결심과 관계없이 직제상 대통령 지시에 복종해야 하고, 선진국도 그래서 이렇게 안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를 따르는 검열기구가 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고 후보자는 “방미심위 독립이 중요하다”며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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