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 환경이 급변하고, 현안이 엄청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공백을 제대로 메우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감회만을 내세우기엔 안타까운 상황이다.”
3월30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첫마디다. 이날은 위원장 취임 102일째 되는 날이자, 방미통위 출범 6개월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난해 10월1일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 출범한 방미통위는 반년이 되도록 2인 체제에 갇혀 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7인 정원 중 전체회의를 열 수 있는 최소 4인 위원을 갖추지 못해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 등의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건데, 올해 1분기도 지난 상황에서 위원장이 방미통위의 향후 추진 계획, 과제만을 밝히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간담회 이튿날인 3월31일 방미통위 위원 4인이 임명·위촉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7시경 방미통위 위원 4인에 대한 임명·위촉 재가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국회 추천이 이뤄진 지 한달여 만이다. 앞서 2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추천한 고민수 상임위원 추천안이 의결됐고,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당 측 윤성옥 방미통위 비상임위원 추천안과 야당 측 이상근·최수영 비상임위원 추천안을 차례로 결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방미통위 첫 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방송사 구성원은 방미통위에 △개정 방송법 하위 법령 개정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 취소 판결 이후 후속조치 △TBS 구조적 복원 등에 대한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방미통위 ‘1호 안건’은 위원회 운영 규정 완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설된 방미통위 설치법에 따른 위원회 회의 소집 방법 등 세부규정과 비상임위원 경비 규정 등 내부 운영규칙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아무래도 1호 안건은 위원회가 활동하기 위한 행정처리에 관한 사항들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여러 규정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전신 방통위 시절인 2023년 8월 이후 ‘2인 위원 체제’가 계속돼왔다. 사실상 3년간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처리할 안건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방송 현안만 보더라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재작년부터 멈춰있는데,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선 방송사 책임이 아닌 사유로 재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기존 허가가 유효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무엇보다 지난해 8월 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개정 방송법이 시행된 지 무려 7개월이 넘었지만 방미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 규정, 편성위원회 종사자 대표 등의 후속 법령을 의결하지 못하면서 방송사 간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2년여 전 임기를 다한 공영방송의 새 이사회가 꾸려지지 않으며 방송사 거버넌스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방송 3법 처리와 방미통위 설치를 ‘방송통신 환경 정상화 1단계 과제’로 꼽고 입법 속도전을 벌였는데, 정작 입법 후의 상황은 딴판인 모양새다.
3월27일 언론노조와 KBS, YTN, TBS 등 산하 40여개 지·본부는 결의대회를 열고 방미통위 구성 지연으로 인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방치는 퇴행이다. 언론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KBS 이사회 재구성 기한은 이미 지났고, 보도전문채널의 의무사항이 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및 운영도 방미통위 공백을 틈탄 사측의 불이행으로 멈춰있다”며 새 방송법의 후속조치 이행을 요구했다.
김종철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YTN, TBS 사안에 대해 “시급성이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위원회가 구성되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될 안건으로 분명히 포함된다”면서도 “그렇지만 내용에 대해선 심의, 의결 사항인 부분이고, 7명 중 한 명의 의견에 불과하기에 제 의견을 이 자리에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다만 원칙론적으로 개정 방송법의 취지, 헌법이 부여한 방송의 공적 책임 기준에 따라 국민들이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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