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3월 말로 통보한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최종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26일 MBC와 JTBC 각 사 정책·대외 업무 책임자가 공개 토론장에 모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양측은 중계권 확보 기조, 관련 법 개정안 내용 등을 두고 뚜렷한 입장 차를 보여 재판매 협상 타결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게 됐다. 2019년 JTBC가 속한 중앙그룹이 2032년까지 올림픽 및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이후로 악화된 국내 방송 시장, 여전한 제도 공백의 상황 속 쉽사리 풀기 힘든 방송사 간 갈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MBC측 “중계권 사면 대박날 거라 생각했나? 시대착오적”
“‘JTBC의 열정을 확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의 발언이다. 이 세계에선 그 열정이라는 건 대부분 돈이라는 거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주만 MBC 정책협력국장은 “일부에선 중계권료가 매년 크게 올랐다고 주장하는데 중계권료가 발작적으로 크게 오른 경우는 코리아풀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을 때다. 과거 SBS가 그랬고 이번엔 JTBC”라며 이같이 말했다.
JTBC의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단독 중계 파장 이후 국회에선 보편적 시청권 관련 방송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데, 이 중 김현 의원은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해 공영방송인 KBS, MBC를 실시간 중계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법안을 냈다.
김주만 국장은 이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공영방송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에 대해선 저희도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중계권 재판매 규정에 대해서만 언급이 있고 최초 구매에 대해서 언급이 없는데 공영방송이 의무적으로 중계를 하도록 하는 부분만 규정할 경우 일부 사업자들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를 할 가능성이 있다. 공영방송이 무조건 사야 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중계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지상파는 대부분 적자를 본다. 중계권을 확보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 판단했다면 그건 시대착오적”이라며 “공영방송에 중계 의무를 부과하려면 동시에 일종의 권리도 줘야 한다고 본다. 첫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 공영방송을 참여시키는 규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영방송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중계권료 협상이 가능하고 국부 유출을 막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재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TBC와의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 대해서도 날 선 반응을 드러냈다. 토론회에 앞서 JTBC는 그간 추정치로만 돌던 중계권 가격을 직접 공개하고 “3월 말 지나면 재판매 불가”라는 협상 데드라인을 알리는 입장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23일, 24일 두 차례 나온 JTBC 입장문에 따르면 중앙그룹이 구매한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는 1억2500만달러(약 1870억원)이고, JTBC는 전체 중계권료 중 디지털 재판매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JTBC가 속한 중앙그룹과 지상파 3사가 절반씩 나눠 부담하자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JTBC와 지상파 3사의 협상 과정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JTBC가 도대체 네이버에 디지털 중계권을 얼마에 팔았는지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냥 얼마에 샀으니 절반은 방송 3사가 책임지라 하면 협상 진전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JTBC가 중계권을 확보한 게 7년 전”이라며 “JTBC가 매년 신년사에서 단독 중계를 호언장담했는데 최근 1월부터 재판매와 관련된 협상 요구가 확 나오고, 법안이 서둘러 만들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JTBC측 “협상 중재하는 방미통위에 더 강화된 권한 필요”
조택수 JTBC 정책협력실장은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밝혔듯 중계권 구입 가격이 “국부 유출이 아니”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실장은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고 사실관계 하나하나 놓고 말씀을 드리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면서도 “입장문을 낸 건 일부 보도에서 잘못 나오는 내용들이 있어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건 국부 유출을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라며 MBC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 디지털 중계권에 대해선 모든 계약이 다 비밀 유지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다 밝힐 수는 없다”며 “다만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분들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지원의 틀로 바꾸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더 이상 수익이 나는 이벤트가 아니고, 적자가 나지만 말 그대로 국민적 관심 행사이기 중계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이번 협상 과정을 거치며 지금보다는 훨씬 강화된 형태의 권한을 방미통위에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시작으로 이 중계권료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모든 사업자가 다 만족할 수 없겠지만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조금씩은 양보하면서 중계권을 나눌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진 시민사회, 방송통신 전문가들의 토론에선 이번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 한해선 방송사 간 갈등을 넘어 방송의 공적책무, 보편적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당부가 공통으로 나왔다. 현재 제일 손해를 보는 건 시청권 제약을 겪을 시청자들이라는 문제제기다. 다만 유사한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중계권 확보 전 단계에서의 사전 승인제 등 정부의 권한 강화, 사업자간 자율 협의 등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문제는 2032년까지 유료방송이 월드컵 및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제도 개선이 이뤄져도 어느 쪽이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렇게 국내 방송사 간 갈등이 곪아가는 사이, 스포츠 경기 주관사들은 막대한 중계권 수익을 얻고 있고,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도 빈틈을 노리는 중이다.
곽진희 방미통위 방송기반국장 대행은 일본 넷플릭스의 WBC 단독 중계를 사례를 언급하며 “넷플릭스에게 WBC 일본 중계권이 넘어간 건 기존 중계권료 비해 3배에서 5배 높게 제시를 했기 때문이다. 5배가 뛰면 ‘재팬 컨소시엄’(일본 NHK 등 방송사 협의체)이 있더라도 들어갈 수 없다.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인 거였다”며 “이런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를 고려해서 앞으로 법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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