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자사 콘텐츠의 영상과 사진을 무단 인용·게재한 인사이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전형적인 저작권 침해 사례지만 현행 법체계에서 저작물로서 뉴스 요건이 재론됐고, 이는 인공지능(AI) 기업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언론사들의 대응 지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지할 만하다.
한국일보 DB저작권팀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손해배상 승소 소식을 알렸다. 앞서 한국일보는 △폭염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와 전문가 인터뷰를 담은 기사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씨의 산책 모습 보도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받는 양리단길 주민 조명 기사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기사 등 4건의 영상과 사진을 무단으로 캡처해 인용 보도한 인사이트가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여가부 장관 인터뷰’를 제외한 3건 기사의 저작물성을 6일 판결에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정이용’과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이란 인사이트의 주장을 일축하며 피고에게 90만원(건당 30만원)과 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했다. 인사이트가 배상금을 지급하며 하급심 판결은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폭염기사’와 관련해 사망자에 대한 피사체 표현이나 전문의의 ‘뇌가 익어서요’란 독특한 언어표현 등을 거론, “누가 기획하거나 촬영해도 같거나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보도 동영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면서 인사이트가 “사상이나 감정을 독자적인 표현방법에 따라 묘사한 장면을 캡처한 것”이라 판시했다.
판결은 소 제기 주체와 대상이 모두 언론이란 점에서 특수하지만 내용 자체는 저작권 침해의 전형적 판결로 꼽힌다. 다만 생성형 AI의 뉴스데이터 학습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이슈인 형국에서 언론의 준비·대응 지점에 시사점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도 고유한 표현 등 기사 원본 노출이 침해 사항으로 거론됐고, 오픈AI는 악의적 조작에 따른 ‘역류’(AI가 학습한 정보 그대로 답변하는 현상) 유발이라 반박한 바 있다. 이는 기술적 오류이면서 저작물을 AI 기업이 무단 저장, 활용한 증거로 여겨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판결을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와 똑같이 보긴 어렵지만 결국 현 저작권법 체계에서 다투게 될 때 언론의 저널리즘 투자 강화 필요성은 커진다. 앞선 판결은 독창성이 뚜렷한 고품질 기사가 많아야 소송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증거여서다. 이런 기사를 언론이 따로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소송 진행 시 수십만, 수백만 건 기사에 대해 언론이 각각의 저작물성을 입증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AI 검색 답변 내용이나 형식, 출처 표기 등은 계속 변해 침해 여부 확인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현우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초창기 연구에선 AI 모델이 뉴스나 소설 내용을 그대로 반환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알고리즘이 많이 수정돼 답변 형태가 많이 바뀌었고 입증은 더 어려워졌다. 영상이나 이미지는 몰라도 텍스트는 정말 쉽지 않다”며 “‘우리 거’란 태그를 많이 남기는 메타 데이터 전략이 확실해야 하고, 저작권 외에 상표권, 반독점 등 언론의 역할을 나눈 소송 대응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입법 논의도 요구된다.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단체가 2024년 발족한 ‘AI시대 뉴스저작권 포럼’의 법제도개선분과 위원이었던 법무법인 민후의 양진영 변호사는 “소송 발생 시 언론사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가 아니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임을 상세하게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저작권 침해혐의자는 해당 법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서 “뉴스기사를 저작물의 예시로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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