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심위·선방위 본격 가동… '정치편향' 방심위 과오 끊어낼까

지선 70일 앞두고 간신히 구성 완료
과거 행정소송 30전 30패, 반복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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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열릴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이어 선방위 구성까지 마무리되면서 정상적인 방송통신심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새롭게 출범한 방미심위가 과거 ‘편파 심의’ 논란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미심위는 23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 9명을 확정했다. 선방위원의 임기는 위촉 다음 날인 24일부터 선거일 후 30일인 7월3일까지다. 방미심위 상임위원엔 세 차례 회의 만에 무기명 투표를 통해 김우석 위원이 호선됐다.

방미심위는 또 이날 소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규정하는 정부 시행령이 마련될 때까지 기존 방심위 규칙을 준용해 심의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30일 열릴 전체회의에 앞서 방송·통신 등 심의를 위한 소위원회도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방미심위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당시 방심위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방미심위의 전신인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 체제에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한 방송사에 집중적으로 징계를 내렸으나 행정소송에서 ‘전패’를 기록했다.


본보가 방심위 관련 1심 판결문 30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행정법원은 방심위가 내린 11개 법정 제재를 ‘허위·왜곡 보도로 볼 수 없음’(8건), ‘2인 체제 방통위의 절차적 하자’(2건), ‘과도한 징계’(1건)를 이유로 모두 취소했다. 선방위가 의결한 19건의 제재 역시 ‘선거방송이 아님’(17건), ‘문제없음’(2건)의 사유로 취소됐다.


법원은 방심위의 무리한 심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해 방심위는 진위 검증이 부족했다며 4개 방송사에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법원은 이를 취소했다. 류희림 당시 방심위원장은 과징금을 의결하며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유보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언론의 적시 보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논의를 봉쇄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가 적시에 보장되기도 어렵다”(행정2부),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 될 우려가 있다”(행정4부)고 판시했다. 또한 “후보자의 자질 등 민주사회에서 마땅히 허용되어야 할 공적 인물에 대한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봉쇄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가 적시에 보장되기도 어렵다”(행정12부)며 방심위의 논리를 반박했다.


방송사의 설명이나 해석을 ‘왜곡 보도’로 규정한 제재도 줄줄이 뒤집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미 중 비속어 사용을 보도한 MBC의 ‘바이든-날리면’ 사례에 대해 법원은 “전 대통령이 미국 의회의 승인 거절을 염두에 두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을 덧붙인 것”이라며 “사실을 명백히 왜곡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2023년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진행자가 윤미향 전 의원을 수사했던 검사를 ‘악의 평범성’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도 “진행자의 개인적 판단이나 의견일 뿐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면서 “이를 허위라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징계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죽은 물고기 사진을 사용한 MBC 보도에 대해 법원은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배경 사진을 사용해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오염수 방류로 인해 다량의 물고기가 죽은 것처럼 오인하게 할 수 있기는 하다”면서도, “보도의 전체 내용과 맥락에 비추어 이 사건 배경 사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지도인) ‘권고’나 ‘의견제시’만으로 제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경우”라고 명시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의결한 19건의 법정제재 중 17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선거와 관련이 없는 방송에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선방위가 악용될 경우 “방송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어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도록 유도해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의 실질적 작동을 저해할 수 있다”(행정7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둔 당시 선방위에서는 무분별한 법정제재가 쏟아졌다. 선방위에 행정소송이 제기된 19건의 법정제재와 해당 방송에서 문제로 지적된 54개 발언을 분석한 결과 △정부·여당 비판 20건 △김건희씨 비판 7건 △야당(더불어민주당) 편파 보도 8건 △자사(MBC) 편파 보도 6건 △방심위 비판 보도 4건 △여론조사 왜곡 및 공표 금지 여론조사 언급 4건 △허위사실 유포 4건 △자료 왜곡 1건으로 정부와 여당, 김건희씨 비판 발언에 절반 이상의 제재가 집중됐다.


이를 두고 통상 심의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 방심위와 달리 선방위는 즉각적인 심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정부 비판 보도를 빠르게 징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방심위는 심의 요청이 제기되면 방송소위에서 의견청취를 거쳐 법정제재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서 이를 확정하는 구조다. 반면 선방위는 확정 절차(전체회의)가 따로 없어 법정제재를 의결하면 바로 징계가 결정된다. 민원이 접수되고 심의에 나서는 시간 자체도 선방위가 빠르다. 당시 선방위는 ‘대통령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은 야당에 유리한 투표로 이어지니 선방위가 제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정부·여당에 대한 법정제재를 강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선거방송을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만으로 제한했다. 선방위가 선거방송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도한 제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행정소송을 담당한 재판부에 따르면 선거방송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 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하는 방송 및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것”(행정2·7부), “후보자나 정당 등에 대한 투표, 선거운동, 당락 등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을 동기 또는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의 방송”(행정8·11·12부)으로 한정된다.


결국 새롭게 출발하는 방미심위와 선방위는 심의의 공정성을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황석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미심위지부장은 “특히 해당 사안이 정말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 맞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심의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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