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요구에 사과한 SBS, 노조 반발… 커지는 파문
2021년 조폭연루설 주장 장영하 변호사, 12일 대법서 원심 징역형 확정
홍보수석, 추후보도청구권 계획 밝혀… 이 대통령, 다음 날 SNS 글 올려
2018년 '그알' 방송, 장씨 주장 보도 아닌데도… SBS, 10시간 만에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를 콕 집어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이 행위가 언론 자유 침해인지, 피해를 입은 공인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제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BS가 10시간 만에 공개 사과를 하자 노조가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 대통령의 행보를 규탄하고 나서면서다. 여기에 이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지고,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이 대통령을 강요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12일 대법원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장영하 변호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장씨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10월, 성남지역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씨의 말을 근거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국제마피아 측근에게 사업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그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공개적으로 제기됐고, 장씨는 이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일주일 만인 19일,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후보도 청구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감장에서 제기된 ‘조폭 연루설’을 다수 언론이 보도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후 채널A와 TV조선을 시작으로 여러 언론이 추후보도에 나선 가운데 이 대통령은 20일 SNS에 글을 올려 그알에도 사과를 요구했다. “과연 순순히 추후보도할지 궁금하다”며 “조작방송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쓴 것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방송은 2018년 7월 방영된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이다. 당시 방송에선 성남시와 조폭 간의 유착 의혹이 한 축으로 다뤄졌다. 다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일 성명에서 “해당 방송은 장씨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3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라며 “장씨의 주장과는 시기도 내용도 전혀 무관하다. 심지어 해당 PD가 장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할 정도로, 방송 내용과 장씨 주장은 궤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방송에 대한 문제제기는 법적·제도적으로도 이미 일단락된 상태였다. 2019년 1월, 법원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관련 방송에 대해 재방영과 인터넷 유포 등을 금지해달라고 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객관적인 사정들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는 정도”이고 “방송 내용 중에 반론과 해명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됐으며, “방송 목적과 동기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듬해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미심위)도 해당 방송이 ‘객관성’, ‘명예훼손’ 조항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 대통령은 방송 이후 별도로 SBS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2018년 말 검찰이 ‘조폭 연루설’을 불기소 처분하자 2019년 3월 “조폭몰이가 허구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입증됐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SBS는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대통령이 공개 요구를 한 당일, 사과문을 냈다. 내부 의견 조율 과정에서 당시 제작진이 사과문 내용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이날 오후 6시쯤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사과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SBS에선 23일 평PD협의회가 열리는 등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들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언론노조 SBS본부의 ‘언론 길들이기 중단 촉구’ 성명에 22일 SNS에 다시 글을 올려 “권리에는 의무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썼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3일 “몰염치하고 사악한 언론”, “치가 떨린다”는 표현을 쓰며 ‘언론개혁’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보도에 불만이 있다면 법과 제도로 다투면 된다”며 “그런데도 그 모든 제도적 통로를 제쳐둔 채,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하고 특정 PD를 거론한 것은 권력의 영향력 행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0일 올린 SNS 글에서 “그알로 전보돼 만든 첫 작품이 이 방송이고 얼마 후 그알을 떠났다고 하는 담당 PD는 여전히 나를 조폭 연루자로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썼다. 다만 해당 PD는 당시 기준 이미 2년 정도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던 상태며, 해당 방송 이후에도 6개월을 더 그알 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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