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아래의 일상' 두바이서 전하는 이란 전쟁 르포

[기고] 원요환 YTN 두바이리포터·중동항공사 파일럿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인 전쟁이 3주째 계속되면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피해 실태를 전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바이에 거주 중인 전직 기자이자 현직 항공기 조종사가 현지 분위기는 언론에서 전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글을 보내왔기에 이를 싣는다. /편집자주


두바이는 표면상으로 평상시와 같다. 카페는 오픈하고, 파티도 열리고, 저녁 시내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가끔 ‘쾅’하는 이란 드론 격추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경보문자가 올 뿐이다. /원요환 제공

2월28일 비행 근무를 마치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체류 중이었다. 다음 날 두바이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갑자기 울린 알림을 확인하고 나서 한동안 화면을 내려놓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속보였다. 곧이어 이란의 보복이 시작됐다. 미사일과 드론 수백 발이 걸프 지역 전역에 쏟아졌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두바이도 그 사정권 안에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영공이 폐쇄되면서 근무가 취소됐다. 타지에 발이 묶인 채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전부가 됐다. 두바이에 돌아갈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멈추지 않는 도시

결론부터 말하면 두바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UAE 정부는 이란이 쏜 미사일과 드론의 96%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이 계속 날아오는 와중에 UAE 대통령은 두바이몰에 나타나 시민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두바이몰 실내 분수의 모습. 이란 전쟁의 여파가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이 보인다. /원요환 제공

다만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은 두바이가 미사일과 드론 표적이 됐다는 것에 모두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두바이라는 도시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여기는 절대 안전하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세금 없고, 치안 완벽하고,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나라가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믿음 때문이었는데, 그것이 처음으로 금이 갔다.

이 전쟁의 구조적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란 드론 한 대의 가격은 수천만원 수준이지만, 이를 요격하는 미사일 한 발은 수십억 원이다. 맞아도 문제고 막아도 문제다. 이란은 두바이를 경제적 인질로 잡으려 하고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어하는 쪽의 부담이 커지는 비대칭 구조다.

희생자들은 누구

UAE에서는 이란 공격으로 민간인 총 6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건너온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요격된 미사일 파편에 맞았다.

사실 이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단순히 운이 나빠서만은 아니었다. 미사일 경보가 울려도 이들은 집에 있을 수 없었다. 건물을 지키고, 도로를 닦고,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이 도시에서 일정 계층 이상의 특권이다. 죽음은 우연이었지만, 파편 아래 서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교민 사회의 온도는

아직 외국인들의 두바이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없다. 사실 표면상으로는 평상시와 같다. 카페는 오픈하고, 파티도 열리고, 저녁 두바이 시내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그런데 가끔 ‘쾅’하는 이란 드론 격추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경보 문자가 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영공이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면서 비행이 직업인 필자는 스케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인 상태다. ‘전시 상황’이라고 부르기엔 과하지만, 평상시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어딘가 그쯤이다.

두바이 현지인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이 심각한 위협인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초토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다. /원요환 제공

현지에서 본 한국 보도 비판

이란 전쟁 이후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지고 있다. 걱정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 걱정의 근거가 된 보도의 상당수가 현지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것은 짚을 필요가 있다.

전쟁 발발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부 국내 매체들은 두바이를 두고 ‘초토화’, ‘아비규환’, ‘유령도시’ 같은 제목을 달고 뉴스를 쏟아냈다. 이란의 공격이 심각한 위협인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초토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다.

심지어 두바이의 한 장소에서 방탄조끼를 입고 보도를 한 매체도 있었는데, 같은 시각 필자는 인근에서 반팔 차림으로 장을 보고 있었다. 필자 지인은 리포팅이 이뤄진 그 장소가 매일 자신이 애용하는 산책로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모로 현지인들에겐 민망한 장면이었다.

이번 사태처럼 현지 취재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교차검증의 중요성은 커진다. 외신의 자극적 표현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소셜미디어의 영상 한 컷을 근거로 전체인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관행은 이런 국면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가족들이 뉴스를 보고 공포에 빠지는 것이 실제 미사일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 된다.

두바이 다운타운 건물 사이로 부르즈할리파가 보인다. /원요환 제공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취임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출구 전략도 뚜렷하지 않다.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두바이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도시가 됐다.

두바이가 마냥 괜찮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비용은 쌓이고 있고, 미사일과 드론 위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물류 허브로서의 신뢰는 하루하루 깎이고 있다. 아예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유령도시가 됐다고 말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 것이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현장을 전하는 기자와 언론의 역할이겠다.

원요환 YTN 두바이리포터·중동항공사 파일럿(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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