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식 생산자 언론, AI와 마주섰지만… 버틸 수 있을까

[AI는 뉴스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下)

  • 페이스북
  • 트위치

인공지능(AI)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의 또 다른 측면은 공적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인 언론사들의 생존 위기를 심화한다는 것이다. 핵심엔 AI 검색이나 에이전트를 통한 요약문, AI와의 대화 등이 기사 원문을 대체하는 ‘제로클릭’이 있다. 이용자의 기사 클릭, 즉 ‘페이지뷰(PV)’에 기반한 언론사 디지털 수익모델이 AI 시대엔 유효하지 않다. 실제 2024~2025년 구글의 AI 오버뷰를 두고 트래픽 급감 우려가 해외 언론에선 본격 제기된 바 있다.

인공지능(AI)이 미칠 파장은 콘텐츠나 기자 단위부터 언론 산업 전반까지 전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상당 영역을 AI가 대체할 격변의 시기, 언론은 어떻게 변하게 되고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언론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AI를 버틸 수 있을지, 공적 정보를 제공하는 생산자의 위기가 민주주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을지 사회적 고민이 부상하고 있다. AI로 인해 변화할 뉴스룸의 모습을 제미나이의 AI 이미지 생성기 나노 바나나 2로 제작한 결과물.

언론사의 브랜드 인지도 하락 문제도 심각하다. 기존 포털 환경에서도 이용자들이 언론사 기사를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로 인식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원본 기사 클릭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질 AI 검색 환경에선 언론 영향력, 브랜드 노출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독자의 연결고리를 소멸시켜 장기적으론 언론이란 제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장기간 경영 위기’ 속에 ‘트래픽 급감’, 뉴스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침해’, ‘영향력 감소’란 삼중·사중의 위기가 겹친 게 언론의 현재다. 언론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분야가 국내엔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시사, 경제정보,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달리 사건사고나 재난, 비리 고발 등은 특히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언론의 역할을 지키려면 언론을 지켜야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나 지원은 유예되던 중 AI란 해일이 눈앞에 닥쳤다.

◇20여개 매체만 생존 가능? 예외는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간한 연구서 <인공지능(AI) 검색 시대 뉴스유통 전략 연구>에 담긴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AI로 인해 언론사 수가 대폭 감소할 것이란 견해가 중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을 보면, 국내 매체 수는 14일 기준 2만7548개다. 이 중 규모가 있는 일부 언론은 생존하거나 일시적 수혜를 입겠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언론사들은 소멸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전문가는 “일반 국민, 언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인지 범위에 들어가는 언론사 정도만 남을 것”이라 전망했다.

배경엔 유사 뉴스를 내놓는 많은 매체와 계약할 필요가 없는 AI 플랫폼의 입장이 있다. 소수 대형 언론은 AI 기업과 계약 등을 통해 일정 대가를 받고 간신히 생존한다면, 나머지는 제휴를 원해도 선택받지 못한 채 제로클릭 직격탄을 맞고 뉴스 노출과 경영 모두에서 위기를 겪을 공산이 크다.


구체적 생존 규모는 20여곳 안팎이 될 거란 추정도 나온다. ‘한국인 인지 범위에 들어가는 언론사 수’를 네이버 뉴스 이용자 1인당 구독 언론사 수(2020년 5.6개, 2022년 7개, 2024년 7.6개)에 비춰 볼 때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향후 서비스 공급자는 이 수치의 최대 2배수를 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실제 지난해 7월,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월례회의에서 네이버 관계자들은 ‘기술팀에선 20여개 매체면 된다는데 (매체 성격을) 다양하게 고르려 한다’고 한 바 있다. 매체 선정 수나 기준은 여타 AI 기업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소지가 크다.


일차적으로 중소·지역언론이 타격을 받겠지만 대형 언론도 격변은 불가피하다. AI가 특정 분야에 천착하는 전문매체를 먼저 탐색하는 경향이 종합지 성격을 지닌 국내 대형 레거시 언론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포털 환경에서 더 많은 노출을 위해 언론이 집중한 ‘검색엔진 최적화(SEO)’가 ‘답변 엔진 최적화(AEO)’로 양태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선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인간 이용자가 본문을 읽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사 형식이나 요건도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 ‘플랫폼 논리에 최적화된 콘텐츠 생산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에 복무하는 역할 무관심’ 등 전망을 내놨다.


뉴스가치 판단 기준이나 기자의 고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AI 시대에도 언론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꼽히는 정치 뉴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뉴스 고관여층은 정파적 성향에 따라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데 중립 요약을 지향하는 AI 검색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대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 공정성, 불편부당성 등 저널리즘 원칙은 도전받고 언론이 정파성에 복무하는 노선으로 변질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정보 전달 및 분석 등 AI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선 구조조정이나 조직 재편,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기자 고용은 일부 영역에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 감독자’로서 기자 역할 변화 불가피
이런 위기 속 국내 언론에서도 대응 움직임은 있었다. 최근 2~3년 새 AI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일정 수준 이상 협업 프로젝트를 한 국내 매체는 10여곳이다. 2024년 말 구글-중앙일보를 필두로 업스테이지-조선일보, 퍼플렉시티-이데일리·매경미디어그룹·한겨레·뉴스핌, 네이버-브릴리언트코리아·KBS, NC AI-MBC, 구글-연합뉴스가 제휴를 맺었다. AI 활용 콘텐츠나 홈페이지 검색 개편, 기자 업무지원 도구 도입, AI 활용준칙 제정도 잇따랐다.

다만 언론 현장에 미칠 영향을 ‘제로’부터 다시 살펴 업무 방식이나 조직·기자에 미칠 변화 등 근원적 고민에 나선 사례는 없었다. 12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MBC의 AI 전략 자회사 도스트11 양효걸 대표는 방송 현장에 필요한 AI 솔루션을 개발·판매하고 방송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 온 입장에서 취재기자, 아나운서, 영상기자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단 점을 강조했다.


자체 솔루션 시연을 통해 양 대표는 텍스트와 음성, 영상 포맷의 뉴스 모두 이미 기술적으론 AI로 대체 가능하단 점을 보여줬다. 텍스트 저널리즘에선 ‘기사 쓰는 사람’이 ‘AI가 쓴 기사를 검증·책임지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고 ‘발품 취재’의 고유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오디오 부문에선 ‘단순 전달자’를 넘어 돌발적 현장에 대응하고 소비자와 함께 하는 진행자이자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하며, 비주얼 저널리즘에선 ‘기록자’인 동시에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내재화한 ‘조작영상 감별사’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조직의 결단과 명확한 기준 설정 필요성을 강조한 양 대표는 “(AI가) 저널리즘의 ‘실행’ 영역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함에 따라, 인간 종사자들은 필연적으로 결과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는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고 했다. 더불어 AI와 협업 능력, 디지털 포렌식, 데이터 리터러시 등 ‘AI 시대 저널리즘 교육 커리큘럼’의 전면적인 재설계, ‘뉴스룸 내 AI 도입과 인력 재배치, 고용 구조 변화’에 관한 체계적 실증 조사를 과제로 제언했다.

◇‘현장’과 ‘인간적 연결’, 방향은 명확한데…
이 시기 언론으로서 방향성은 오히려 뚜렷해지고 있다. AI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현장 취재, 심층 분석 및 구성, 라이브 이벤트와 같은 커뮤니티 구축, 인간적인 이야기, 사실확인 및 검증, 의견 논평에 집중해 차별화에 나서고 서비스저널리즘이나 에버그린 콘텐츠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6년 전망 보고서)이다. 니먼랩의 전망에서도 다수 전문가는 올해를 AI가 줄 수 없는 ‘현장의 명확성’과 ‘인간적 연결’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한 해로 예측했다.


이런 범주에 놓을 국내 언론의 시도는 있었다. 사람과 이야기에 밀착한 부산일보의 ‘산복빨래방’, 경남신문의 ‘심부름센터’ 기획을 비롯해 한국일보 ‘허스펙티브’, 한겨레 ‘젠더팀’처럼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보유한 기획·조직도 있다. 특히 경향신문 ‘플랫팀’은 구독자를 초청해 5주년 생일 파티를 열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같이 운동을 하는 등 독자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일회적이거나 일부 부서에 한정된 행보는 AI 시대 언론의 차별화란 노선과 함께 조직 전반의 인적·물적 자원 배분, 우선순위 재설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언론으로서 지향이 기업으로서 생존 고민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2010년대 고품질 콘텐츠로 정평 났던 매체 ‘복스(Vox)’를 공동 창업했고 현재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광고와 플랫폼에 의존한 복스 사업모델의 한계를 언급, NYT의 자리매김 이유로 디지털패키지 구축의 성공을 거론했다. 게임 앱, 요리 앱, 와이어커터(wirecutter) 등이 저널리즘을 위한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1200만명 유료 구독자를 돌파한 NYT의 사례는 올해 2월, 전체 기자 800명 중 300여명을 경영난으로 해고한 워싱턴포스트 사례에 비춰 보면 더욱 특별하다. 국내 매체의 수익모델 개발 시도가 불충분했다는 시선도 일리는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언론산업의 위기, 국내 뉴스 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역시도 결과론적 평가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연장선에서 AI란 설상가상의 요인이 부상했고, 이런 변화는 언론계의 자구 노력만으론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위해 최소한의 지원·지지 필요
이에 대해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 기술의 파고가 너무 세서 언론사가 극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 인위적으로라도 어떤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언론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헌법에서 빼지 않는 이상 기본소득처럼, 기본지식이나 교양차원에서 언론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방안으론 언론 콘텐츠를 정치, 사회, 의견이나 해석이 들어가는 ‘저널리즘 콘텐츠’와 경제나 IT 같은 ‘정보성 콘텐츠’ 등으로 구분해 저널리즘 콘텐츠에 대해 의무 노출을 보장하는 해법을 제안했다. 다른 목소리나 견해를 접하거나 소위 ‘좋은 콘텐츠’를 접할 공간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언론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위기가 자명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대로는 ‘내 편인 공간’은 있지만 ‘내가 믿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언론도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지금은 이 정도의 극단적 처방 없인 안 될 여건”이라고 했다.


공적 정보의 유통 채널로서 AI 기업에 책임을 묻는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입법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포털은 언론인가’란 논란을 “뉴스를 편집하는 AI 플랫폼은 어떠한 언론 자유와 책임을 갖는가”로 전환해 시급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앞선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밝혔다. 202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무디 대 넷초이스(Moody v. Netchoice, LLC)’ 사건 판결,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면책하는 통신품위법 제230조 등을 이유로 박 교수는 미국에선 AI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을 소지가 크다고 했다.


국내법과 판례에 따라 한국에선 일정 책임을 지울 수도 있지만, 박 교수는 “다수 AI 플랫폼은 해외 기업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국제적 분쟁 소지도 있어 규제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매체 형태가 아닌 기능 중심 규제’,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 경계 재검토’, 유럽연합의 DSA(디지털서비스법) 등에서 채택한 ‘절차적 책임에 중심을 둔 규제 모델’ 등을 입법 시 고려 지점으로 그는 제언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로 달려간 많은 시민들의 앞과 뒤, 옆, 뉴스룸엔 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분주했던 다수 기자들이 있었다.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돌던 상황에서 그들로 인해 더 많은 국민들이 사태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 언론의 행태나 불신에 대한 많은 비판은 온당하지만 언론이 사라져야 한다는 비난은 이 역할의 부재를 의미한다. NYT의 발행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최근 광고에서 ‘꼭 NYT가 아니어도 좋으니 뉴스 매체를 구독해 달라’고 해 화제가 됐다.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여느 때보다 시민들의 언론 존재에 대한 지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러분이 독창적 보도에 헌신하는 어떤 뉴스 기구든 지원해주시기를 권합니다. (중략) 대상이 NYT라면 그 후원금을 기자들이 현장에 나가 AI가 줄 수 없는 사실과 맥락을 찾아내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어떤 링크를 클릭하라고 요구하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실제 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사실에 기반해 취재하는 ‘진짜 뉴스 기구’를 구독해 주십시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