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찰과 저녁 먹는 자리에서 고(故) 오승용씨 사고 얘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도내 언론에서 탑차 단독 교통사고에 대해서 기사가 나왔지만, 왜 쿠팡 새벽배송 기사 언급은 없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저녁을 먹다 말고 곧바로 사고 경위에 대해서 취재를 시작하고 기사화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승용씨가 소속된 ‘쿠팡 제1캠프’를 찾아가 동료기사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료기사들은 하나같이 지난해 여름부터 “기사가 죽어나갈 줄 알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현재의 노동 환경이라면 누구든지 죽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승용씨의 죽음 이면에 ‘과로노동’이 자리했던 겁니다. 취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승용씨는 사망 직전까지 다회차 배송에 주6일 법정 야간근로시간 기준 83.4시간 일해 왔습니다. 노동자 과로사 사건 중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그 배경에는 실시간 배송 압박,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쿠팡이 잇따른 배송기사 과로사 예방 대책으로 없애겠다고 한 것들이지만 버젓이 시행되고 있던 겁니다. 승용씨 사고는 플랫폼 노동의 열악한 구조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승용씨는 어린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쉬는 날에는 가족과 여행을 다녔던 좋은 가장이었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또 한 명의 선량한 시민이 죽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승용씨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열악한 플랫폼 노동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돼 ‘죽음의 배송’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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