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규재 "한경 명예 회복, 정도의 언론사로 거듭나게 할 것"

한국경제, 5일 신설직 상임고문 및 윤리위원장 임명
10일 첫 출근… "정규재TV는 당분간 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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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전 주필이 한국경제신문에 돌아왔다. 주필 겸 논설실장에서 물러나고 한국경제를 떠난지 9년여 만이다. 조일훈 신임 한국경제 사장은 5일 인사를 내어 정 전 주필을 상임고문 및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3년이다.

정 상임고문은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윤리위원장이라 보는 게 맞다. 그게 더 중요하다”며 “한경은 오랫동안 명예를 잘 지켜온 신문사다. 최근 여러 가지 불미한 사건이 있었는데 명예를 회복하고 깨끗한 정도의 언론사로 거듭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재 한국경제 상임고문 및 윤리위원장. /뉴시스

이번 인사에 앞서 한국경제 내부에선 ‘정규재 복귀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정 고문이 ‘불미한 사건’이라 언급한 금융당국의 한국경제 압수수색 사태 직후 복귀설은 재점화됐다.

앞서 2월5일 한국경제는 소속 기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매매 혐의로 관계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튿날 자신의 엑스(X) 계정에 한국경제 압수수색 관련 보도를 게시하며 “주가조작 패가망신”이라고 언급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한국경제는 압수수색 하루 만에 공식 사과했고 당시 김정호 사장은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조기 퇴진했다. 곧바로 한국경제 이사회는 2월26일 조일훈 편집인 상무이사 겸 논설위원실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주필의 상임고문 내정설이 거듭 불거지자 기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임 사장 선임 당일, 한국경제 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는 <한경을 ‘정치의 덫’에 빠트릴 낙하산 인사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 고문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가 소문만으로도 분노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외부 정치세력의 개입이 회사에 미칠 해악을 걱정해서”라며 “특정인의 복귀 시도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불과 수년 전 자신이 창당한 정당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하는 등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노골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간 인물이 우리 신문 경영에 관여하는 직책을 맡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 따르면 한국경제 상임고문은 신설된 자리다. 그동안 고문직은 퇴임한 전직 사장들이 맡아왔다. 윤리위원장 또한 한국경제가 압수수색 사태 이후 고강도 윤리지침 등 쇄신책을 내놓으며 만든 새 직책이다. 한국경제는 2월11일 ‘취재·보도 제작 윤리 지침’을 발표하며 투자 준칙 준수 점검 및 교육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 윤리경영 전담 조직’과 ‘윤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윤리위원회는 기자들의 취재·편집·기사작성까지 일련의 업무 과정에서 세부 지침 준수 여부를 진단한다.

“박근혜 인터뷰했다고 친박? 이재명 만났으니 ‘친이’인가”

정 고문은 복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들이 터지고 하니 그런 책무를 계속 안 하겠다고 하기 조금 그랬다”고 말했다.

또 한경 구성원의 반대 성명에 대해선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정 고문은 “나는 깨끗한 언론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인터뷰했다고 ‘친박’이라는 하는데 기자가 대통령이 인터뷰하자고 하면 쫓아가는 게 맞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사실상 단독으로 만났는데 그렇다면 ‘친이’인 것인가. 정치 기자로서의 행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주필로 활동했던 2017년 1월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정규재TV’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처음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하지만 탄핵 사태의 본질을 피한 채 박 대통령의 일방적 해명만 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한국경제 기자들은 바른언론실천위원회를 통해 자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고 비판하며 그 사례로 정규재TV를 꼽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정 고문은 지난해 3월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을 통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담을 진행했다. 당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정 고문과 또 다른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두 번의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정 고문은 10일부터 출근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초기엔 여러 가지 논란들이 있었기 때문에 매일 출근할 것”이라며 “정규재TV는 당분간 쉰다”고 말했다.

앞서 ‘정규재 복귀’ 반대 입장을 표명한 한국경제지회와 노조는 정 고문 출근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성명 발표 이후 이들은 사장, 편집국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사측은 정 고문 임명에 대해 “회사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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