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체제 2년차'… KBS가 '찐 공영방송' 된 사연
지난해 KBS 공적재원 수입, 처음으로 자체수입 넘어서
광고 줄며 수신료 중심 '이상적' 재원 구조로 '강제' 전환
“지난 10년간 KBS는 ‘광고 기반 수익 모델’에서 ‘수신료 중심의 공적 부조 모델’로 강제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구글 제미나이에 지난 10년간 KBS의 수신료 및 광고 수입 데이터를 입력한 뒤 차트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짤막한 결론을 같이 내놓았다. 공영방송이니 공적 재원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은 반갑고도 당연한 일이나, 그것이 ‘강제적’으로 일어났다는 게 주목할 지점이다.
실제 지난 10년여의 변화를 통해 KBS는 ‘이상적’인 공영방송 재원 구조에 다가섰다. 10년 전만 해도 “상업광고 비중이 너무 많다”며 질책을 받았던 KBS였다. KBS 역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할 때마다 수신료 비중이 70~80%를 넘는 BBC, NHK 등의 사례를 들곤 했다.
그랬던 KBS였는데, 이제는 수신료가 상업광고 재원을 압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근 공개된 KBS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BS의 수신료 수입은 6196억원으로 광고 수입(1375억원)의 약 5배에 달한다. 광고 매출에 콘텐츠 판매 수입(3308억원)을 더해도 수신료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KBS 수입에서 공적재원(631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체수입(6133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공적재원은 수신료와 정부보조금(116억원)을 합한 금액이며, 자체수입은 광고·협찬·판매 등으로 KBS가 벌어들인 수입을 가리킨다.
공적재원이 절반을 넘는 건 공영 형태의 언론사 중에서도 KBS가 유일하다. 교육 공영방송인 EBS는 2023년 기준 수신료와 각종 보조금, 기금을 포함한 공적재원 비중이 32%였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정부구독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이 의도된 결과가 아니란 점이다. 필수 재원인 수신료 수입은 대체로 증가해 왔고, 이는 긍정적인 방향이다. 윤석열 정권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고쳐 수신료 분리징수를 단행하기 직전 해(2022년) KBS의 수신료 수입은 6934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1년9개월여 시행된 분리징수 여파로 수신료 수입이 줄긴 했으나, 그래도 6000억원 선은 지켰다.
반면 광고 수입은 속수무책으로 빠졌다. 2022년 2642억원이었던 광고 수입은 이듬해 1000억원대로 주저앉더니 3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KBS 광고 수입은 2021년 당시 KBS 경영진이 향후 5개년 수지를 전망하며 내놓은 2025년 광고 수입 예상치(2362억원)에 비해서도 1000억원 가까이 미달한 것이다.
광고 급감, KBS만의 문제 아니다? KBS가 ‘더’ 빠진 이유 알아야
2024년 12월, 비상계엄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취임한 박장범 KBS 사장은 2025년 경영자로서 온전히 한 해를 보냈다. 박 사장은 2월25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난해 결산 내역을 보고하며 광고 수입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드라마가 선전하더라도 광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이는 비단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방송광고 수입이 급감한 게 KBS만의 문제가 아닌 건 맞다. 하지만 KBS만큼 광고가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빠진 곳도 없다. 그렇다면 “KBS만의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개선하는 것이 경영자로서의 책무다. 수입의 절반을 공적재원으로 충당하는 공영방송의 최고 경영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공지능(AI) 제미나이는 앞서 언급한 분석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49.8%)를 수신료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수신료 분리징수 등 정책적 변화에 대한 재무적 취약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지적하며 “콘텐츠 제작비 확보 및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IP 사업, 디지털 유료화 등)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AI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졌으니, AI가 제시하는 문제와 해법에도 귀를 기울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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