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례 될 '지상파 빅테크 소송'…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
뉴스 무단 이용… 지상파 3사, 네이버 이어 오픈AI에 저작권 침해 손배소
사회적 기준, 지금은 법원 판례로만 제시될 여건… "관련 입법 시급" 지적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중단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2월23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업의 뉴스데이터 무단 이용과 관련해 네이버를 상대로 국내 첫 소송을 제기한 지상파 3사가 이번엔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국내 첫 소송을 제기했다. AI 검색이 시장에서 나날이 힘을 받으며 이 같은 소송이 더 늘 수 있지만 법제의 미흡으로 사회적 기준은 법원 판례를 통해서만 제시될 여건이어서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타국 언론사들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지식 자산을 무단으로 이용하여 자국의 상업적 이익으로 귀속시키는 행위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오픈AI에 대한 소 제기 사실을 알렸다. 앞서 지상파 3사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유사한 취지의 소를 통해 방송사당 2억원씩 총 6억원의 손배를 제기, 재판이 3차 변론까지 진행된 상태다. 오픈AI엔 각 사당 1억3000만원 등 총 5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두 소송의 손배 금액은 소가가 5억원을 초과해야 3인 합의부에 배당되는 법 기술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당장 금액에 의미가 있진 않고 차후 확대한다는 취지다.
네이버 소송에선 뉴스제휴 약관이 AI 학습에 기사를 활용할 권한을 부여하는지에 관한 해석이 쟁점 중 하나인데, 이를 제외하면 ‘저작권 침해 사례의 특정’, ‘공정이용 대상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소지도 유사하다.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KCL 김태경 변호사는 통화에서 “챗GPT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중요한 만큼 오픈AI 글로벌 그룹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공동 불법행위로 오픈AI란 명칭을 단 여러 회사가 피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와 동일하게 저작권법과 부정경쟁 방지법상 금지·폐기·손해배상 청구로 이뤄져 있다.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청구원인에서 소 제기 단계부터 AI 학습뿐 아니라 AI 출력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을 주장한다는 게 다르다”고 했다.
두 소송은 AI 학습 데이터 관련 저작권자-빅테크 간 국내 첫 법원 판결이 될 소지가 크다.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AI 기업 상대 소송은 AI 검색 시장 확장, ‘제로클릭’ 심화와 맞물려 확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오픈AI 대상 소송은 데이터 주권과도 관련이 크다. 다만 관련 법제가 미약한 상황에서 ‘AI 산업’과 ‘저작권자 보호’ 사이 판단이 법원에만 맡겨진 게 현재다.
일례로, 올해 1월 AI기본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됐지만 이 법안은 AI 학습데이터 사용금지나 저작권 침해금지 관련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AI를 이용한 제품·서비스 제공자에게 ‘AI 기반이란 사실’과 ‘AI가 생성한 결과물이란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표시할 의무만 부과할 뿐이다. 결국 소송은 법 체계의 공백을 전제로 과거 저작권법 해석에 의존하며 진행되고 있다. 공백을 일부 메우는 차원에서 지난해 6월,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 사업자에게 학습데이터 정보 공개, 저작권자 요청에 따른 학습여부 확인 등을 부과하는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지만 논의가 멎은 지 수개월이 됐다.
명확한 법제, 사회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선 재판부별 엇갈린 판단으로 혼란이 커지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원고의 입증 성패에 따라 재판부 판단이 달라진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작가들이 앤트로픽(Bartz v. Anthropic)과 메타(Kadrey v. Meta)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은 AI의 시장 잠식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AI 기업 손을 들어줬다. 반면 같은 해 10월 미국작가협회 대 오픈AI 사건(Authors Guild v. Open AI)에선 AI가 원작을 기억하고 재현하고 있다는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오픈AI의 소송 기각 요청을 법원이 거부했다.
오마이뉴스 기고 <법정에 선 인공지능>을 통해 AI가 야기한 저작권 이슈를 조명 중인 서윤경 전 경희대 빅데이터센터 연구교수는 현 상황을 “법이 아직 닿지 못한 땅을 법정이 먼저 밟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서 박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틀이 없기 때문에 판례가 쌓여야지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기준 없는 법정이 되었다는 취지로 기고를 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법적인 움직임(입법)은 없었고 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인데 새 시대인 만큼 기존 법 체계를 수정하기보단 새로운 틀에서 담아내는 게 맞지 않냐는 게 제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소송은) 언론사 기사란 특수성이 있지만 근본적으론 AI 시대 창작자 권리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첫 시험대란 성격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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