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39) 알록달록한 기대

이른 봄바람이 불던 2월 어느 날, 제주 동쪽 마을의 항구를 걷다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선착장 주변에서 낚싯대를 들고 서 있던 아이는 집에 있으면 스마트폰만 하게 될 것 같아 바다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체험학습 때 느꼈던 물고기의 손맛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아이의 손에는 디폼블럭을 하나씩 이어 붙여 만든 낚싯대가 들려 있었습니다. 새것을 구할 수 없어 형형색색 블록을 촘촘히 끼워 맞췄습니다. 줄을 감는 작은 휠도 달려 있었습니다. 그날 아이는 그 낚싯대를 처음 바다로 내밀었습니다.


단단하지도, 멀리 뻗지도 못했지만 아이는 기대를 담아 줄을 던졌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찌는 한동안 그 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아이는 자리에 앉아 그 끝을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몇 번이나 줄을 감았다가 다시 풀었고, 수면 위로 숭어가 튀어 오를 때마다 낚싯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날 아이가 무엇을 건져 올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회색빛 항구 위로 형형색색 낚싯대의 알록달록한 기대가 오래 맴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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