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디어 인정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의 판결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4월4일 헌법재판소에 이어 이날 형사법정에서도 인정됐다.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주장한 윤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더 이상 공론장에 발을 디뎌서는 안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1심 선고의 의미를 깎아내리기에는 2024년 12월3일 밤에 벌어진 일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 그날 윤 전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군은 헌법기관을 접수하려 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했다. 이는 현장으로 달려간 시민과 언론인이 기록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법적 평가는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1심 선고가 나온 다음 날인 20일 그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한 결과적 좌절과 고난”에 대해서만 사과했다. 동시에 “구국의 결단을 내란몰이로 음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기 집권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귀연 부장판사에게서 “양심의 떨림”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1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양형 사유에서 밝힌 ‘유리한 정상’은 계엄 옹호 세력에게 또 다른 빌미를 주고 있다는 걱정을 낳는다. 1심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피고인 윤석열이 사전에 군·경을 동원한 작전이나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 사건 비상계엄의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았다.” “군·경은 국회 및 선관위 등 침투 및 봉쇄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물리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의 자제에 따른 결과라 보기 어렵다. 시민이 맨몸으로 뛰쳐나가 저항했고 군·경은 소극적으로 대응해 겨우 막아낸 헌정사 위기였다. 내란범에게 ‘고령’, ‘초범’과 같은 기계적 사유가 감형 요소로 적힌 것 또한 유감이다. 후대가 과거를 성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참조할 이정표로서 1심 판결이 엄중한 역할을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판결문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판결문처럼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1심 판결문에 담긴 비상계엄 당일 언론의 모습을 살피며 기자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 계엄군을 취재하던 기자는 포박을 당할 뻔했고, 윤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특정 언론사에는 단전·단수 조치가 취해질 뻔했다. 그럼에도 12·3 당일 기자들은 각자의 현장을 지켰다. 12월4일 새벽 0시47분, 제1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는 1대대장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받았다. “지금 저희 앞에 본청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는데 아, 기자들이 지금 너무 완강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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