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방통위 재임 시절부터 줄곧 제기된 대구시장 출마설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12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광주에 이어 9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를 열면서 본격적인 출마 준비를 해왔다.
앞서 지난 2일엔 방통위원장직 상실의 위헌성을 따질 헌법재판소 심판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시행으로 위원장직을 잃은 지난해 10월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나도록 심리기일조차 잡히지 않자, 1월엔 헌재 앞 1인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와 가처분 신청의 인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제기 중인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지 않고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헌법소원 등을 유지하여 헌법재판소가 종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과연 그들이 수치심을 무릅쓰고 부끄러운 선례를 남길 것인지, 뒤늦게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바라보겠다”고 했다.
설사 헌재에서 가처분이 인용돼 방통위원장 복귀의 길이 열리더라도 대구시장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길을 계속 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사실 그는 이전부터 ‘정치인’이었다. 2018년 대전MBC 사장에서 물러난 그는 이듬해 황교안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영입 인재로 합류한 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대구 동갑 예비후보로, 2022년 지방선거에선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공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그가 이번엔 ‘위풍당당’, 좌파와 맞서 싸우는 ‘여전사’ 이미지를 내세워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재도전한다. 그 사이 그의 위상도 사뭇 달라졌다. 우선 윤석열 정부 시절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을 지냈고,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가 헌재의 탄핵심판 기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탄압받는 피해자’ 서사가 만들어졌으며, 이재명 정부 들어선 임기 강제 종료, 그리고 경찰 체포까지 극적인 서사가 더해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될 때 손목에 채워졌던 수갑은 그의 ‘정치적 탄압’ 주장을 극대화하는 상징적 이미지가 됐고, 이는 그대로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6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민국자유유튜브총연합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 등 참석자들이 “우리가 이진숙이다”를 외치며 이른바 ‘수갑 퍼포먼스’를 해 보인 게 한 예다.
7년 전 빨간 잠바를 입으면서 정치인이 됐고,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생명인 방통위원장 재임 중에도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으며, 다시 원래대로 정치인의 길을 가고 있는 이 전 위원장. 앞서 정치인 출신의 방통위원이나 위원장은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방통위원장을 그만둔 지 반년도 안 돼 선거에 뛰어든 사례는 없었다. 그와 함께 ‘2인 방통위’를 이끌었던 김태규 전 부위원장까지 같은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당협위원장을 맡아 역시 정치인의 길을 가고 있으니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 문제적인 건 당시 둘이서만 공영방송 이사, 사장 등 인선을 심의해 의결한 게 절차상 위법이므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두 사람 공히 기회만 되면 “법치주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 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8일 행사차 찾은 광주에서 “아직 내란은 1심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울산제일일보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계엄 관련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위법이 아닌 행위를 두고 섣부르게 사과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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