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문영식(가명·77)씨의 기억은 끊겨 있습니다. 취재팀은 수차례 문씨를 만났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가 자신의 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해 휴대전화에 적어 두는 치매 노인이기 때문입니다. 문씨는 우연히 길에서 만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휴대전화 개통을 도와준다는 여성에게 신분증을 맡겼다가 대포폰이 개설돼 통장 속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엔 여전히 ‘빚 독촉’ 전화가 오곤 합니다. 기억은 휘발됐지만 감정은 남아서, 문씨는 울먹이며 “죽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합니다.
치매 노인들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은 어디선가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를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들과 입증할 데이터, 담당 부처의 부재를 핑계로 그 실태는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를 막을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문씨의 불행은 우리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해 온 대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팀이 보도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이 전한 기록과 기억 덕분입니다. 그들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는 마음 하나로 자신들의 비극을 고백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치매머니 사냥’을 막을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취재는 내내 실패하길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팀 동료들과 데스크, 회사 선후배들의 격려가 있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