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시작됐는데 선방위가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이지만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제도적 공백으로 선거 질서가 출발선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방위는 예비후보자 등록신청 개시일 하루 전인 지난 2일까지 출범했어야 한다. 하지만 선방위는 물론 이를 구성해야 할 주체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조차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선방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합의제 기구다. 선거방송의 편향·왜곡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과 제재를 결정한다. 이 기구가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선거방송은 사실상 무심의 상태에 놓인다.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유권자의 알 권리는 약화된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이번 사태는 합의제 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미심위를 공백 상태로 방치한 정치권의 무책임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방미통위는 7인 합의제 기구지만 넉 달이 넘도록 대통령 몫 2인만 위촉된 채 개점휴업 상태였다. 선방위를 꾸려야 할 주체인 방미심위 역시 정원 9명 중 대통령 몫 3명만 위촉된 채 마비 상태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단지 선거방송 심의만 흔들린 것이 아니다.


지상파 12개 사업자 146개 채널이 방송허가 기간 종료 후 장기간 무허가 상태로 방치됐고, 방송3법 시행령 및 규칙 제·개정, YTN 민영화 관련 재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방송미디어통신 전반의 심의·제재 시스템도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도박 정보, 디지털 성범죄, 성 착취물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는 심의 안건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수만 건씩 쌓였다.


여야는 최근에야 방미통위와 방미심위 위원 구성에 합의했다. 뒤늦게나마 여야가 방미통위와 방미심위 구성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양한 추천 주체가 참여해 권한의 독주를 막고 숙의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결정을 내리는 합의제 정신에 기반한 운영을 기대한다.


하지만 방미심위가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방미심위 위원장은 위원들이 호선한다. 기존 방심위원장과 달리 방미심위 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적 셈법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내실 있고 신속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구성될 선방위에도 당부한다. 선방위는 표현의 자유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지키는 조정자여야 한다.


지난 정권 선방위는 김건희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논평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방송사를 법정 제재했다. ‘김건희 특검’이 아닌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고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권위주의적 행태도 보였다. 그 결과 선방위는 공정성의 수호자가 아니라 정치적 논란의 당사자로 전락했다.


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선방위는 권력도 진영도 아닌 유권자의 판단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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