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KBS노조 집행부 '법카 사적 유용' 의혹

회계자료에 단란주점·마사지 사용 내역 등… 위원장 감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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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 전·현직 집행부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란주점과 스포츠마사지 등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과 지난 4년간 약 10억원에 달하는 노조 기금이 소진된 사실이 노조 감사가 배포한 자료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허성권 당시 노조위원장은 “예산 의결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사용했으며, 사적 유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2년 12월19일 KBS노동조합이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김의철 당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허성권 당시 노조위원장(오른쪽)과 손성권 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했다. /KBS노동조합 제공

현 20대 KBS노조 감사가 지난해 12월 KBS노조의 회계자료를 열람한 결과, 허성권 전 노조위원장과 손성호 당시 부위원장(현 노조위원장)이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매달 약 600만원의 활동비를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2021년 18대 집행부로 활동을 시작해 한 차례 연임하며 2024년까지 4년간 임기를 이어왔다.


집행부가 법인카드를 유흥업소나 자택 인근에서 결제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역도 발견됐다. 감사는 대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회계감사 기간 중에도 단란주점 등의 향락성 지출이 존재했다”며 “법인카드가 (유흥업소 결제가 제한되는) 클린카드로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없이 운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KBS노조가 보유했던 현금 기금 약 10억원이 소진된 사실도 해당 감사는 확인했다. 기존 보유금 7억원과 적립됐어야 할 기금 3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한 조합원은 “이 금액을 모두 부정하게 썼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금 자체가 소진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19대 대의원회의에서는 노조 소유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자는 안건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부위원장으로서 의혹의 당사자인 손성호 위원장은 회계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 대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손 위원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감추는데 급급했고, 정당하고 합법적인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데에만 힘을 쏟아 왔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가 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감사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취지다. 아직까지 경찰 고발 등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1월30일에는 손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탄핵)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총회가 소집됐으나,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대의원 측은 불신임 투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요구했지만, 집행부는 탄핵 여부를 즉결하는 대면 총회를 일방 소집했다. 사측의 별도 업무 협조 또한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해야만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면서, 실제 참석 인원은 10여 명에 그쳤다.


허성권 전 위원장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허 전 위원장은 “사장 교체기에 집회와 대외 행사가 많았고, 조합원 감소로 인해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라며 “모든 예산은 대의원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유흥업소 결제 내역에 대해서는 “단란주점으로 업종이 등록된 일반 펍 등을 이용한 것이며 사적 사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본보는 손성호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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