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장범 KBS 사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 방송’ 관여 의혹의 당사자들을 내란 선전·선동 및 방송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KBS본부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를 대남 선전 선동 도구로 활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달라”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들은 박장범 사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최재혁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재현 전 KBS 보도국장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최재혁 전 비서관, 박장범 사장, 최재현 보도국장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확인하고도 (‘22시에 KBS 생방송이 준비돼 있다’고 발언한) 당사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명백한 부실 수사”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계엄 당일 KBS 수뇌부가 용산과 내통하며 ‘계엄 방송’을 지시받았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앞서 2024년 말 박민 당시 KBS 사장과 최재현 보도국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올해 초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사장 내정자 신분이던 박 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박 사장이 계엄 당일 최재혁 전 비서관, 최재현 전 보도국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KBS본부는 재수사를 촉구해 왔다.
박 사장이 1월29일 KBS ‘뉴스9’을 통해 “대통령실과 통화는 했지만 방송에 개입하진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니까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며칠간 머리를 굴려 내놓은 해명이지만 의혹은 전혀 해명되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통화 내역 확인하고 아무것도 몰랐다는 진술에만 의존해서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핵심 쟁점은 박장범 사장과 최재혁 전 비서관, 최재현 전 보도국장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사전 인지 여부다. KBS본부는 퇴근했던 최재현 보도국장이 당시 내정자 신분이던 박장범 사장과 통화한 직후 회사로 복귀해 ‘안보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담화 방송 준비를 지시한 정황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2시 KBS 생방송”을 언급했던 맥락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담화 일정이 방송사에 공지된 시각은 오후 9시18분인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각각 오후 8시40분과 9시경 “22시에 KBS 생방송이 확정됐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KBS 수뇌부가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생중계를 준비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터다.
KBS본부는 고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윤석열 정권이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를 흔든 것은, KBS를 바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국민이 아닌 권력을 편에 서기를 강요한 것”이라며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둥이어야 할 공영방송 KBS를 짓밟으려 한 자가 누구였는지, KBS를 국민이 아닌 권력에 헌납한 자가 누구인지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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