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날개' 승승장구 테크기업, 기자 쳐내는 언론
'제미나이' 구글 사상 최대 실적 발표한 날
WP, 기자 300명 등 전 직원 30% 해고
디애틀랜틱 한줄평 "이것은 살인이다"
“2025년은 네이버만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콘텐츠와 데이터에 AI를 접목해 광고, 커머스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AI 브리핑의 확장을 통해 AI 시대에서의 검색 경쟁력을 확인한 한 해였다. 올해에도 쇼핑 에이전트와 AI Tab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수익화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콘텐츠, AI 인프라, N배송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며, 주요 사업부문에서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매출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네이버가 6일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공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말이다. 두 문장짜리 이 인용문에는 ‘AI’란 단어가 다섯 번 등장한다. 인공지능(AI)이 네이버를 성장시켰고, 앞으로 더 성장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읽힌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AI를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에 접목함으로써 사상 첫 연 매출 12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루 전(미 현지 시각 기준 4일)엔 구글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지난해 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이었다. 한화로는 58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실적이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와 클라우드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더 놀라운 건 알파벳이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우리 돈으로 260조원이 넘는 규모로,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AI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 압도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AI 날개를 단 기술 기업들이 훨훨 날고 있는데, AI 때문에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글이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기자 300명 등 전체 직원의 30%를 한꺼번에 해고했다. 맷 머레이 WP 편집국장은 이날 내부 공지에서 AI로 인한 온라인 트래픽 감소 등을 이유로 들며 “고통스럽지만 신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스포츠 부서가 기존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게 됐고, 서평 등이 실리는 북 섹션도 폐지됐다. 워싱턴 DC 지역 뉴스를 담당하던 메트로 부서와 국제 뉴스를 생산하는 해외 지국에서도 거의 해체 수준의 인원 감축이 이뤄졌다.
미 현지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 글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해고 통보가 이뤄진 건 4일(현지 시각) 오전 8시30분 화상회의에서였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전 9시 컴퓨터 접근이 차단됐다. WP 기자 출신 작가인 찰스 피시먼이 X(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소식을 전해 들은 WP 기자들은 접속이 차단되기 전 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늦은 밤, 또는 해고 당일 새벽까지 일했다고 한다.
이후 해고된 기자 등 직원들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상태를 알리며 구직 활동을 벌이고 있다. WP 길드(노조)와 해외 특파원들 차원에서 각각 해고된 언론인들을 위한 모금 활동도 진행 중이다.
미 시사지 디애틀랜틱(The Atlantic)은 WP의 이번 대량 해고 사태를 다루며 ‘살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매체는 4일 기사에서 “우리는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WP 사주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그가 임명한 발행인이 WP를 특별하게 만들어왔던 모든 것들을 “죽이고” 있다고 썼다. 신문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라는 머레이 국장의 설명과 정확히 반대되는 평가다.
억만장자인 베이조스가 이 같은 대량 해고를 감행한 배경에 수익성 계산만 작용했을 리 없다. 베이조스는 앞서 대선 국면에서부터 WP가 지켜온 진보적 가치를 포기하고 우경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AI로 인한 트래픽 급감, 적자 누적 등이 최소한 객관적 ‘사실’로써 기자들을 대량 해고할 ‘명분’이 되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WP에, 미국 언론에 ‘먼저 온 미래’. 뉴스의 포털 의존도가 유독 높고, 그 포털의 AI 검색 확장으로 ‘제로클릭’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우리 언론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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