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제가 낸 후원금 어디에 쓰셨나요"

[지역 속으로] '전북 지방의원 정치후원금 취재기' 조수영 전주MBC 기자

전주MBC는 지난해 12월 전북 지방의원 47명을 대상으로 정치후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3회에 걸쳐 기획 보도했다. 전주MBC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북 지방의원 후원회 회계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후원회 유지 비용이 모자라 지방의원에게 전달한 후원금을 도로 회수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후원금은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보내는 가장 직접적인 신뢰의 표현이다. ‘나 대신 제대로 일해달라’는 요구이자, 일종의 계약에 가깝다. 지난 2022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국회의원의 전유물이던 정치후원이 지방의원으로 확대됐을 당시, 사회적 기대 역시 분명했다. 경제력의 한계를 넘어 정치 신예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안착하도록 돕는 제도적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광역의원은 연간 5000만원, 기초의원은 3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취재진이 마주한 현장의 풍경은 이러한 취지와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었다.

◇선택지는 데이터와 현장 취재
이번 기획보도는 ‘후원금은 과연 목적대로 쓰이고 있는가’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참고할 만한 선행 보도도, 내부 고발자도 없었다.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와 현장이었다. 정공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우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전북 지역 14개 시·군 지방의원 가운데 후원회를 둔 47명의 회계장부, 2000쪽이 넘는 자료를 확보해 지출 내역을 전수 분석했다. 정리해 보니 정책 연구비나 주민 소통을 위한 지출은 극히 드물었다. 반면 상당수의 후원금이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이른바 ‘고정비’로 집중 지출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다음 질문은 자연스러웠다.


‘고정비 가운데 이 사무실 임대료는 누구에게 흘러가고 있는가?’


후원회 사무실의 소유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전수 열람했다. 그 결과, 사무실 소유주가 의원 본인이거나 가족인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 명의의 상가 건물, 아파트, 단독주택까지 형태도 다양했다. 시민들이 보탠 후원금이 후원회를 거쳐 지방의원의 월세 수입으로 전환되는 구조였다.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같았다. “선관위 자문을 받았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이었다. 정치인 개인과 후원회는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이기 때문에, 무상 임대는 오히려 ‘불법 기부’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시민의 시선에서는 명백한 ‘셀프 수입’처럼 보이지만, 현행법상으로는 합법이었다.

전주MBC는 지난해 12월 전북 지방의원 47명을 대상으로 정치후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3회에 걸쳐 기획 보도했다. 전주MBC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북 지방의원 후원회 회계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후원회 유지 비용이 모자라 지방의원에게 전달한 후원금을 도로 회수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유지 비용에 후원금 사용
여기에 후원회를 ‘지역구 사랑방’처럼 운영하면서, 사무실 유지 비용에 대부분을 탕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후원회는 과연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후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의정활동이 존재하는 것인가?


보도 이후 항의 전화는 예상과 달리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의원들의 문의였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폭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고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려 했던 문제 제기가 지역정치권 내부의 자정 논의로 이어진 셈이다.

조수영 전주MBC 기자.

올해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후원금 모금 한도가 한시적으로 두 배 상향된다. 누군가에게는 정치를 바로 세울 기회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제도의 빈틈을 사적으로 활용할 유혹이 될 수도 있다. 시민이 보낸 신뢰가 정치인의 주머니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바꾸는 정책과 의정활동으로 환원되도록 질문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시민이 보낸 귀한 마음, 정말 잘 쓰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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