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신)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의 독립성 보장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일탈해 (중략) 공영방송 질서를 훼손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 “잘못을 깊이 성찰하고 (중략)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공정한 미디어 질서 조성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방통위 시절 이뤄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 처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고등법원의 해임 의결 취소 판결에 대해 상고 포기 의사도 밝혔다. 방미통위 간부들이 김 위원장의 입장문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1월27일 직접 방문진을 방문하는 이례적 행보도 보였다.
공영방송 이사 해임 및 교체, 사장 선임 등 위법 논란이 일었던 의결들을 두고 법원의 행정처분 취소 결정이 나와도 항소, 상고로 일관했던 과거 방통위와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해당 해임 의결 관련 진상조사 방침도 밝혔는데, 그 이외에 방통위 시절 내려진 수많은 문제적 결정에 대해서도 어떤 대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특히나 논란이 됐던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둘러싸고 방미통위에선 돌아봐야 할 사안, 처리해야 할 소송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우선 진행 중인 행정 소송엔 당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으로만 의결한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처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이 김유열 EBS 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은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인용 결정했으나, 방통위의 즉시 항고로 집행정지 항소심을 비롯해 본안 소송도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2인 체제’ 의결은 공영방송 이사, 사장 교체뿐만이 아니었다. ‘정치 심의’ 비판이 쏟아졌던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방송사 보도에 과징금 부과 등 법정제재를 결정하고, 방통위가 처분을 통보한 의결을 두고 방송사들이 제기한 취소 소송이 여전히 남아있다.
방미통위는 판결이 나온 소송에 대해선 항소 포기로 패소를 확정짓고 있다. 이번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 2심 판결의 경우 방미통위는 법무부에 상고 포기 의견을 제출했고, 1월23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상고 포기를 지휘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선고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선 법무부가 먼저 방미통위에 항소포기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재임 중이었던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선방심위가 방송사 법정 제재 처분을 결정한 5건에 대한 각각의 취소 판결도 항소 포기를 지휘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의결된 KBS 이사 임명이 취소돼야 한다는 1월22일 1심 판결에 대해서도 방미통위는 사실상 항소 포기했고, 3일 KBS 이사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항소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1심 판결로 임명 취소된 KBS 이사 7인이 해당 소송 보조 참가인으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임명 취소 여부는 확정되지 않고 있다.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서도 방미통위는 항소 포기를 한 상태인데, YTN 대주주인 유진그룹이 보조참가인으로 항소를 제기해 어떤 형태로든 해당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1월13일 법원은 방미통위에 항소기록접수통지서와 항소장부본, 소송안내서 등을 송달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밝히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본분대로 하겠다는 그 취지가 계속 적용될 것”이라며 “하나하나의 소송을 두고 어떻게 하겠다고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지난 정부 때와는 다른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송 이후 YTN 민영화 문제 등 방미통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심의·의결해야 할 여러 민감한 쟁점을 두고도 난관이 예상된다.
방통위와 언론 관련 여러 사건들을 대리한 한 변호사는 “처분 자체는 모두 취소됐어도 2인 의결의 위법성이 쟁점이 된 여러 사건에 대해 재판부별로도 판단이 갈렸다”며 “과연 2인 의결이 정상적인 것이었는지, 2인 의결 하에 이뤄진 문제의 결정들에 대해 먼저 방미통위가 스스로가 판단을 내리고 돌아보는 것으로 대응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방미통위는 대통령 추천 몫의 2인 위원으로만 운영 중이며 ‘7인 위원회’ 정상 가동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추천 몫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와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각각 상임, 비상임 위원으로 내정해 이달 중 본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2명을 추천해야 할 국민의힘에선 인선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이 방미통위 상임위원 1명을 추천하지 않아 본회의에서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 의결을 못하고 있다”며 “의장실은 민주당 추천 몫 상임위원부터 먼저 의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미통위가 정부여당 추천 몫의 4인 위원들로만 채워진다 해도 과거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위법성을 지적한 여러 판결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해진 방미통위로선 위원회가 모두 구성이 돼야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위원 정원이 5명이었고, 지난해 10월 정부조직개편으로 시행된 방미통위 설치법상 현재 방미통위는 4인 위원으로 심의·의결이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의결할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종철 위원장도 후보자 시절 대통령, 여당 몫 위원 4인 의결 여부에 대해 “의결 정족수를 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최대한 결정을 유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