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집행내역 공개, 디테일이 필요하다

[언론 다시보기]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정부광고 집행내역이 당연하게 공개되는 지금의 현실은 거저 얻어진 것이아니다. 2020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광고가 특정 언론사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체별 광고비 집행내역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지만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송은 국민의 세금은 책임있게 집행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2021년 ‘공개’ 판결을 받는다. 그리고 언론노조와 정보공개센터는 더 이상의 비공개가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공개된 31만여 건의 광고비 집행 내역을 언론노조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자 개별 공공기관 차원에서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던 광고비 집행내역 비공개가 소용없어져 버렸다.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와 있는 마당에 비공개를 고수한다는 것은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의심만 더 부추길 뿐이니까.(물론 공개하거나 말거나 숨기고 싶은 이들은 끝까지 비공개로 버틴다)


그 이후 2022년부터 정부는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인터넷에 스스로 올리고 있다. 이제 굳이 정보공개청구나 소송을 할 필요 없이 누구나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www.goda.or.kr)에 공개되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광고집행 통계뿐 아니라 정부가 어떤 내용으로 어느 매체에 광고를 주고 광고비로 얼마나 쓰는지를 건건이 확인할 수도 있게 됐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연간공개에서 월간공개로 주기도 짧아졌다. 해가 다 지난 뒤에야 통계를 확인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기와 이슈에 따라 정부 예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의성 있게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선거철이나 민감한 정책 이슈가 있을 때, 특정 매체에 광고가 집중되는지 여부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광고집행 월간 공개는 감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광고의 중심축은 이미 이동했다. 지난해 정부광고 집행액은 약 1조35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유튜브와 SNS를 포함한 인터넷 광고 비중은 28.8%로 방송, 인쇄, 옥외, 해외 등 매체 유형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영향력에 비례해 정부광고예산도 인터넷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그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광고집행데이터 상에서 레거시미디어의 경우 KBS,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 구체적인 매체명이 명시된다. 덕분에 우리는 정부가 힘 있는 유력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주지는 않는지, 혹은 정권 입맛에 맞는 논조를 가진 매체를 편애하지는 않는지 감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광고의 경우, 매체명란에는 그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이름만 적혀 있다. 이는 마치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면서 식당 이름 대신 ‘신용카드사’ 이름만 적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한 해만 해도 7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유튜브 결제 창구로 들어갔지만 그 돈이 실제로 어떤 유튜버에게 갔는지, 어떤 콘텐츠에 실렸는지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광고명이라도 구체적이면 추적의 단서가 되겠지만, 대다수는 “주요 정책 디지털 콘텐츠 확산”, “유튜브 광고 의뢰”와 같은 모호한 문구로 채워져 있다. 이래서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유튜버에게 광고비를 몰아주거나,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채널에 정부 예산이 흘러 들어가도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과거 우리가 신문과 방송을 대상으로 들이댔던 감시의 기준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월간 공개로 전환하며 내세운 취지는 “기관별 홍보 예산 집행에 대한 국민의 감시 강화”였다. 이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디테일이 바뀌어야 한다. ‘유튜브’ 라는 거대 플랫폼이 아니라 구체적인 ‘채널명’과 ‘계정명’이 공개되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은 변했고, 광고의 방식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 또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양적 공개를 늘리는 것을 넘어,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디테일에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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