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뉴스를 개인 해명 도구로? 이사회, 박장범 해임해야"
KBS선임기자 63명 '계엄방송' 관여 의혹 사장해명 리포트에 성명
KBS "박 사장, 계엄날 대통령실 등 통화했지만 방송개입한 적 없어"
박장범 KBS 사장의 비상계엄 당일 ‘계엄 생방송’ 관여 의혹에 대한 해명 리포트가 29일 '뉴스9'을 통해 보도된 가운데 KBS 선임기자 60여명이 공영방송을 개인 해명도구로 사용한 위법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내부에선 '대통령실과 통화는 했지만 방송에 개입하진 않았다'는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자격미달'이라 비판하며 박 사장에 대한 감사와 조사, KBS 이사회의 해임 절차 개시 등 요구까지 나오는 상태다.
KBS 20~25기(27~32년차) 보도국 선임기자 63인은 30일 낸 성명에서 “박장범의 일방적 해명만 담은 리포트는 보도가 아니라 '개인 홍보물'에 불과하다”면서 “사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KBS 윤리강령 제2조(개인적 목적 영합 취재 금지)와 편성규약 제4조(부당한 간섭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루 전 KBS '뉴스9'의 <박장범 사장 "계엄방송 준비 사실 무근"...언론노조 "부실수사"> 리포트가 개인의 해명을 위해 공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선임기자들은 “리포트 발제 및 제작 지시 경위, 원고 데스크 및 편집 과정의 결재 라인, 박장범의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9시 뉴스를 개인 해명 도구로 사용한 것은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 명백한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리포트 제작 과정에 대한 KBS 감사실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심의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선임기자들은 “절차적 정당성도, 도덕적 권위도, 경영 능력도 상실한 박장범을 방치하는 것은 KBS를 망가뜨리는 공범이 되는 길”이라며 “이사회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박장범에 대한 해임 절차를 즉각 개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선 리포트에서 KBS는 박 사장이 비상계엄 당일 밤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뒤 당시 최재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의혹제기 사실을 전한 뒤 사실무근이란 박 사장 해명을 담았다.
KBS는 보도에서 박 사장이 비상계엄 당일 밤 8시30분쯤 최재혁 당시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박 사장이 “나는 아직 내정자”라고 답하며 담화의 내용과 시간 등을 물었지만 최 비서관이 “모른다”고 답해 통화가 짧게 끝났다는 것이다. 이어 KBS는 “통화 직후 박 사장이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최 국장도 내용을 모른다며 알아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계엄 당일 대통령실 등과 통화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답변을 반복해온 박 사장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최재혁 당시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재현 KBS 보도국장과 통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담화 내용이나 구체적 시각은 몰랐고, 보도국장에게도 무슨 일인지 묻기만 했기 때문에 KBS본부 등이 제기한 내란 선전선동이나 방송법 위반 혐의 등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KBS 노사협력은 30일 내부망에 ‘사원 여러분, 이것이 사실과 진실입니다’ 제하의 글을 올리고 “특검과 경찰에서 무혐의로 종결한 사안”, “계엄에 ‘계’자도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사측은 입장문에서 ‘계엄 생방송 개입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고 왜곡된 의혹”이라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이날 보도 전 박 사장의 해명 리포트가 메인뉴스에 포함될 예정으로 알려지자 성명을 통해 이미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날 오후 박 사장은 보도시사본부 부장단을 소집, '계엄 방송' 관여 의혹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이후 KBS 뉴스를 주관하는 국·주간단이 해당리포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리포트는 보도국 문화부장이 보도했다.
선임기자들은 성명에서 ‘대통령실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에 개입한 적 없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자격 미달”이라고 직격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사장 내정자라면, 비선 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라고 요구했어야 마땅하다”면서 “심지어 본인이 연결한 비선 지시로 보도국이 내란 방송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작 본인은 사태의 위중함을 무시하고 방관했다.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기본적 책무조차 방기한 것”이라 비판했다.
처음 박 사장의 ‘계엄 생방송' 관여 의혹을 제기했던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해당 리포트 후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파우치 박장범만을 위한 해명을 위해 KBS 뉴스가 동원된 것이며 보도 내용과 형식, 보도 과정까지 하나하나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의혹 조차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KBS본부는 “본인 의혹 해명을 위해 KBS와 KBS 뉴스를 거리낌 없이 동원한 점은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방송을 사유화해 편성 규약 위반 소지가 있는 파우치 박장범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해당 리포트에 대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도 사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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