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뉴스에 '계엄방송 의혹' 사장 해명? KBS기자들 "부적절"

29일 메인뉴스 보도 예정에 KBS기협 비판성명
팀장급 26인 "회사 아닌 본인이 직접 밝혀야" 성명
언론현업단체들 "경찰, 내란선전 혐의 포함해 재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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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 KBS 보도국장과 연락을 하며 ‘계엄 생방송’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KBS가 박 사장의 입장을 담은 리포트를 29일 메인뉴스에서 보도할 예정으로 알려지며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측은 ‘이미 다른 언론 매체가 보도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와 일종의 사회 쟁점이 됐기 때문'이란 취지를 밝혔지만 KBS 기자들은 '개인 해명을 공영방송 뉴스에 싣는 것의 부적절함'등을 지적하며 비판 성명을 냈다.

KBS기자협회에 따르면 박 사장은 이날 보도시사본부 부장단을 소집, '계엄 방송' 관여 의혹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후 KBS 뉴스를 주관하는 보도국 국·주간단은 사장의 입장을 담은 리포트를 지시했다. 이후 낸 성명에서 KBS기자협회는 “사장의 개입 없이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지 의문”이라며 “박 사장 개인이 공개 기자회견이나 성명을 통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힌 뒤 보도 가치가 있으면, 개별 매체가 보도 여부를 선택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장범 KBS 사장 모습. 박 사장은 당시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거나 관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의혹 당사자인 박 사장, 최재혁 전 비서관, 최재현 전 보도국장을 객관적으로 취재하지 않은 채 박 사장의 입장만 담는다면, 그것은 보도의 형식을 갖춘 ‘사적 변명 방송’에 불과하다”며 “박 사장의 개인 해명을 공영방송 뉴스에 실어 ‘KBS 뉴스9’의 이름으로 내보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박 사장은 숨지 말고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KBS 보도시사본부 소속 팀장 26명이 박 사장의 '계엄 방송' 의혹과 관련해 비판성명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 팀장들은 “박장범 사장은 내란 당일인 2024년 12월3일, 최재혁 당시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의 통화 여부와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회사가 아닌 박장범 사장 본인이 직접 그래야 한다. 공영방송이 내란 행위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박 사장은 대체 왜 반박하지 못하는 것인가. 스스로 비정상적인 침묵이라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성명에 적었다. 이후 박 사장의 간부 대상 설명 자리가 마련됐고, 리포트 논란까지 이어진 게 현재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6일 12·3일 비상계엄 당시 박장범 사장이 사장 내정자 신분으로 최재현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계엄 생방송' 준비를 시키는 등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일 최재현 보도국장이 퇴근했다가 밤 8시경 회사로 돌아와 계엄 담화를 준비시켰는데 이러한 지시가 박장범 내정자를 통해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MBC는 박 사장이 비상계엄 전 최재혁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과 연락한 정황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영방송 사장 내정자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했고, 사장 내정자는 보도국장에게 모종의 지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다.

"박장범 KBS 사장, 내란 선전·선동 혐의까지 포함해 재수사해야"

KBS 내부는 물론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단체들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수뇌부가 용산과 내통하며 ‘계엄 방송’을 지시받았다고 보고, 박민 당시 KBS 사장과 최재현 보도국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최근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사장 내정자 신분이던 박 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받았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한내 기자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불송치 통지서를 받았다”면서 “예상한 일이다. 당시 대통령실과 KBS 사이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것은 박민이 아니라 박장범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종결 처분했다”면서 “1년 동안 이어진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은 최재혁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박장범 사장, 최재현 보도국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뿐이다. 명백한 부실 수사”라고 직격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KTV 공식 공지 이전에 ‘22시 KBS 생방송’을 얘기했지만 관련 조사는 없었다”면서 “수사는 방송법을 넘어 내란 선전·선동,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까지 파헤치게 됐다. 재고발을 통해 그날 밤 관련자들이 어떤 망동을 저질렀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장은 물론 언론현업 단체장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경찰에 요구한다. 수사 내용을 명명백백하게 공개하라”며 “철저한 수사 없이 당사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무혐의 처리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다시 수사하라. 방송법 위반뿐 아니라 내란 선전 혐의 역시 똑바로 수사하라”고 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박장범 KBS 사장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한내 기자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졌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역시 촉구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수사 기관은 지금 당장 윤석열 내란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를 낱낱이 파헤쳐 책임자를 엄벌에 처해달라. 또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관리 감독 기관으로서 KBS와 YTN을 정상화하는 일에 시급히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 또한 “정권이 어떻게 KBS를 순치시키려고 했는지, 수신료 분리 징수를 통해서 KBS의 재정적인 기반까지 흔들어놓으려고 했던 음모는 무엇인지까지 밝혀져야 한다”면서 “YTN과 KBS 문제, 방송 장악에 대한 진상을 국회 차원에서라도 나서서 밝히고 모든 진실을 드러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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