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사장 '계엄날 용산 통화여부' 질의에 "수사 무혐의" 반복
28일 이사회서 여권 이사 "명확한 해명 필요"
박 사장 "사실무근" 확답 피해... 여야 이사 충돌
KBS본부 폭로, MBC '용산-박 사장' 연락 의혹 보도
박장범 KBS 사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KBS 방송 편성과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28일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당시 KBS 보도국장, 대통령실과 연락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수사기관에서 종결된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열린 KBS 이사회에선 박장범 사장에 대해 제기된 ‘계엄 방송’ 개입 여부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여권 측 이사들은 박 사장이 ‘최재혁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최재현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찬태 이사는 “KBS 본부노조가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회사 측 설명은 ‘확인된 바 없다’ 정도로 모호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사장은 “본부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입장은 1년 전과 동일하다. 처음부터 사실무근이라고 밝혀왔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만큼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와 내란특검에 이첩됐을 때 참고인 신분이었음에도 직접 참석해 조사받았고, 영장이 필요한 통신 기록 역시 직접 받아서 제출했다”면서 “그 결과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종결 처리 됐다”고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여권 측 이상요 이사는 “수사기관에 통화 기록을 제출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이 아닌지, 통화를 한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조사를 받을 때는 참고인과 피의자의 신분 구별이 없다”며 “KBS가 ‘계엄을 사전에 알고 있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받았고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측 이사인 정재권 이사 역시 “특정 언론이 메인 뉴스로 보도한 만큼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명쾌히 설명해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강요할 수는 없지만, 사장이 가닥을 잡아주셨으면 한다”고 했지만 박 사장은 "수사기관에서 종결된 사안"이란 답변을 반복했다.
박 사장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면서 여야 이사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권 이사의 질의 도중 야권 측 이인철 이사는 “의혹을 부추기는 듯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 정도면 해명이 됐다고 본다”며 이사회 진행을 촉구했다. ‘추가 질의를 하겠다’는 여권 측 요구에도 야권 측 서기석 KBS 이사장이 안건 공개 여부 논의를 시작하자, 이상요 이사가 항의 퇴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2일 12·3일 비상계엄 당시 박장범 사장 내정자가 대통령실 지시를 받아 KBS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긴급 담화를 적시 방송했는데, 이것이 대통령실과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박 내정자가 가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KBS본부는 계엄 선포 당일, 최재현 보도국장이 퇴근했다가 '뉴스9' 방송 전인 밤 8시경 회사로 돌아와 계엄 방송을 준비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본부는 “핵심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전화했기에 퇴근한 보도국장이 다시 회사로 돌아왔느냐”라면서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주인공이 박장범 현 KBS 사장”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박 사장이 당시 내정자 신분으로 권력자 누군가의 연락을 받아 최 국장에게 방송 준비를 전달했을 거라 추정된다"며 방송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소지 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MBC는 박장범 사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비상계엄 전 최재혁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과 연락한 정황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용산'의 의중이 최재혁 당시 비서관과 박장범 내정자를 거쳐 최재현 보도국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의혹제기에 대해 최 전 비서관은 해당 보도에서 "제가 아니다. 전부 다 내용이 없다"고 했다. 최 전 비서관과 박 사장의 연락 여부에 대해 KBS는 "저희는 확인된 바 없다", "내란 특검과 경찰에서 이미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향후 법적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정 노조와 체결한 임단협… 이사회 보고 사항 아냐”
이날 이사회 보고 안건으로 상정된 ‘KBS 같이노조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결과’를 두고도 여권 측 이사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왔다. 이들은 특정 노조와 체결한 임단협에 대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은 이사회가 노사 교섭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KBS는 3개 노조 중 1개 노조와만 임단협을 체결한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교섭대표노조로 교섭을 이어가던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KBS 노동조합이 지난해 신청한 개별 교섭을 회사가 받아들이면서 복수의 KBS 노조는 저마다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여권 측 정재권 이사는 “이사회에 과거 노조별 협상 결과를 보고했던 선례가 없다”면서 “이사회의 의견이 노사 협상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노조와의 협상이 모두 끝난 뒤에 최종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류일형 이사 역시 “3개 노조 중 조합원 수가 가장 적은 같이노조와 협상을 타결했다고 해서 이런 모양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과반에 가까운 본부노조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이게 KBS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혹시나 (이번 보고가) 분란을 가중하는 쪽으로 작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동의를 표했다.
김찬태 이사 “항간에 회사가 노동조합 간 갈등을 격화하거나, 특정 노조에 대한 특혜나 차별이 있다는 의혹도 나오는 만큼 문서 보고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안건은 서기석 이사장의 판단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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