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제동 건 위법·꼼수 인사, 신속히 정상화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22일 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 두 건이 나왔다. 2024년 7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KBS 이사 7명 임명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과 YTN 사측의 김종균 전 보도본부장과 김호준 전 보도국장 임명 행위가 무효라는 판결(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다. 법원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소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채 이사 추천을 강행한 행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임을 적시했고 노사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경영진의 일방적 인사 역시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판결은 윤석열 정부 시기 강행된 방송장악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내린 엄중한 경고다. 법원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법적 절차와 민주적 합의가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꼼수 인사’는 용납될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KBS 이사 임명 취소 판결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치권력의 편의주의를 통제할 기준점이 세워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방통위는 정족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야권 추천 이사를 무리하게 해임한 뒤 이사회를 장악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편성에 개입해 왔다. 법원이 방통위 운영의 최소 기준인 정족수와 의결 구조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앞으로 어느 정권도 규제 기구를 형식만 갖춘 거수기로 전락시킬 수 없도록 제동을 걸었다.


YTN 보도책임자 임명 무효 판결은 공영방송 내 민주주의와 단체협약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사 합의로 도출한 임명동의제는 경영진의 편의에 따라 무시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라, 위반 시 인사 자체를 무효화 할 수 있는 강력한 규범임이 확인됐다. 내부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견 수렴을 무시한 채 보도책임자를 임명하는 행위는 편집권 독립 침해라는 이번 판단은 앞으로 언론계 전반에 중요한 선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제 공은 새로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넘어왔다. 무엇보다 먼저 위법 판결이 내려진 KBS 이사회 구성 문제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정리해야 한다. 위법하게 임명된 이사들이 선출한 KBS 사장의 정당성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방미통위는 법원 취지에 따라 이사 임명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법률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급히 이사회를 정상화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YTN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도본부장 임명동의제 등 언론사 내부 견제 장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할 과제도 주어졌다. 경영권이라는 명목으로 보도의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방송사 재허가와 재승인 조건에 임명동의제 준수 등 편집권 독립 사항을 엄격히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이웃 나라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끝이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소리겠지만 비가 제때 그치지 않으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미 장기간 지속된 위법 상태는 돌이키기 힘들 만큼 많은 변화와 손실을 가져왔다. 붕괴 직전인 공영방송의 회복을 위해 “법리가 분명한 만큼 소송을 통한 무효 확인 대신 청와대가 KBS 사장 임명을 신속히 직권 취소하라”는 임재성 변호사의 제안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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