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계엄방송 준비 의혹… "누구에게 연락받았나"
최재현 전 보도국장, 박장범 당시 내정자 연락받고 사무실 복귀해 생방송 준비
박 사장, 용산 내통 가능성… "계엄정보 사전 인지했다면 선동 죄책 물을 수도"
박장범 KBS 사장이 12·3 비상계엄 직전 대통령실과 내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K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긴급 담화를 적시 방송했는데, 이것이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이 가교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22시 KBS 생방송’ 발언은 KBS와의 소통에서 나온 것”이라며 “박장범 사장은 누구에게서 어떤 내용의 전화를 받았으며,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스스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KBS에서는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이 대통령실 지시로 ‘계엄 방송’을 준비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계엄 선포 당일, 최 국장이 퇴근했다가 ‘뉴스9’ 방송 전인 오후 8시경 급하게 회사로 들어와 대통령실 담화가 예정됐다며 준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최 국장이 담화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안보 관련’이라고 답했다는 내부 전언도 나왔다.
이후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이 “22시에 KBS 생방송이 확정됐다”고 말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오후 8시40분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한 뒤 “22시에 KBS 생방송이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1심 판결문에도 오후 9시경 “KBS 생방송이 준비돼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명시됐다. 당시 대통령의 긴급 담화 소식이 각 언론사에 전달된 건 오후 9시18분이다. 대통령실이 KBS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계엄 담화 생중계를 확정했고, KBS가 계엄 선포를 이미 알고 준비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재현 전 국장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2024년 12월6일 “대통령의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면서 “실제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을 뿐,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 없다’고 밝힌 것은 아니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당시 의혹의 핵심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전화했기에 퇴근한 보도국장이 다시 회사로 돌아왔느냐”였다면서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주인공이 박장범 현 KBS 사장”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계엄 방송 준비와 관련한 고리에 박장범 사장이 있다는 것은 박 사장이 권력과 특수한 관계에 있었음을 추측게 하는 또 다른 증거”라고 했다.
박장범 사장은 임명 당시부터 ‘용산발 낙하산’ 의혹이 일었다. KBS 사장 면접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임에 도전한 박민 당시 사장에게 교체를 통보하고 박장범 사장을 내정했다는 의혹이다. ‘대통령 술친구’라 불리던 박민 전 사장은 2023년 보궐로 취임할 때만 해도 무난히 연임까지 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종 사장 후보에 뽑히지 못했다.
KBS본부는 당시 방송 준비와 송출에 권한이 없던 사장 내정자가 ‘계엄 담화’ 방송에 개입한 것은 내란 선전·선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KBS본부의 자문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정보를 인지한 상태에서 ‘22시 생방송’을 준비했다면 계엄 선동의 죄책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밤 10시가 넘어서 대통령이 국가 안보와 관련해 특별 방송을 할 만한 내용을 추측해 보면 충분히 비상계엄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며 “떳떳하다면 용산의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최재현 전 보도국장에게 무슨 지시를 했는지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내란 특검과 경찰에서 이미 해당 의혹을 조사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면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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