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로 지역방송 예산 증액? 반색 뒤의 반전

21일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홍보수석 "122억 예산 늘려"
지역방송 "이미 확정된 예산… 방발기금 유보금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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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방송 지원을 강조한 가운데 청와대가 122억원 규모의 깜짝 예산 증액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말 증액 확정된 지역 중소방송 예산안과 이미 논의가 끝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금을 합한 것이어서 업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언론을 비롯한 언론 진흥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지역방송 지원 대책을 홍보소통수석실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TBC 기자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지원 대책을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직후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역 중소방송 지원 예산을 지난해보다 122억원 늘어난 202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규연 수석은 “지역 중소방송이 지역문화의 중심으로서 지역 정서를 담을 다큐 한 편 정도는 제작할 만큼의 제작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이 지시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증액 분 대부분이 이미 지난해 말 확정됐거나 논의가 끝난 예산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증액됐다고 밝힌 예산은 △방송통신발전기금 10억원 증액(44억->55억원) △언론재단 지원금 112억원(35억->147억원) 증액으로, 지역방송 입장에선 기정사실화 된 예산이다. 방발기금 증액의 경우 지난해 12월 초 2026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확정됐고, 언론재단 지원금 증액 역시 관련 안건이 12월 재단 이사회를 통과했다.

앞서 지역방송들은 언론재단이 신문 위주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정부광고 분리 대행 체계 도입을 요구했고, 언론재단은 이를 달래기 위해 언론진흥기금 여유자금과 재단 정부광고회계를 활용해 150억원 수준의 지원금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방송계가 특히 실망한 부분은 당초 기대했던 예산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아리랑국제방송과 국악방송 예산 158억원을 방발기금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일반 예산으로 이관하면서, 이를 지역 중소방송 지원으로 전환키로 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전신인 기획재정부가 방발기금 수지 악화를 이유로 이 중 5억원을 제외한 153억원을 유보금으로 처리하면서 예산이 소액 증액되는 데 그쳤다.

이해승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이 수석 발표를 보고 유보금을 살려낸 줄 알고 환호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언론재단 지원금 증액은 지역방송들이 살아보겠다고 언론재단과 피 튀기게 싸워서 만들어 놓은 예산이다. 그런데 마치 대통령 지시로 새롭게 예산을 지원하는 것처럼 발표해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산의 기본 원칙상 80억원 안팎의 예산 규모를 202억원으로 늘리는 것 자체가 재정 쪽에선 굉장한 혜택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연 수석은 “아무리 (관계 부처가) 합의를 해도 기획예산처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집행이 안 된다”며 “언론재단 지원금의 경우에도 언론재단이 문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합의해 안을 짜 올렸지만 집행 결정이 난 게 불과 며칠 전”이라고 말했다.

지역방송 입장에선 새로울 게 없는 예산이지만 증액분의 지속성 측면에선 청와대 발표에 의미도 있다. 이규연 수석은 “한 번 물꼬를 터놨기 때문에 전체 광고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 한 후퇴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지속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해승 단장도 “올해 언론재단에서 처음으로 예산을 증액했고 이 예산이 항구적으로 갈 것인가 아닌가 논란도 있었다”며 “홍보소통수석 메시지에서 의미를 찾자면 불안정한 상태였던 지역방송 예산이 고정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방송사들은 방발기금 유보금으로 전환된 지역방송 예산을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지역 중소방송 지원 4법’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훈기 의원은 2024년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를 활용해 ‘지역중소지상파방송발전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지역방송 활성화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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