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KBS 이사 7인의 임명을 취소하는 판결이 나왔다. 5인 정원의 위원회에서 2인만으로 추천을 의결한 것은 정족수에 미달하여 위법하므로, 대통령의 임명 처분 역시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22일 여권 측으로 분류되는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KBS 이사와 조숙현 전 KBS 이사가 방통위(현 방미통위)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KBS 이사 임명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현재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4인의 청구는 적격성 없음으로 각하, 조 전 이사의 청구는 일부 받아들였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인 2024년 7월31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만 전체회의를 열고, KBS 이사 정원 11명 중 7명만을 후임자로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이들 후임 이사들을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당시 야권으로 분류된 KBS 이사 5명 중 조숙현 이사만을 전임자로 분류하고 7명의 여권 추천 이사만 추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통위는 나머지 후임 인사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혀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이사 등 4명의 임기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신임 이사 추천 의결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3인 이상의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면서 “방통위법이 정한 위원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2인의 위원만으로 KBS 이사 추천 의결을 한 것은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했다.
결국 “방통위의 유효한 추천이 결여된 채로 이루어진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하고, 추천 의결이 위법하여 효력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추천 의결을 전제로 한 대통령의 임명 처분도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방통위가 후임자를 추천하지 않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 KBS 이사의 소는 각하했다. 재판부는 “퇴임 이사의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해서 다른 임기 만료자에 대한 추천 의결 및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 의결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BS 이사를 임명하기 위한 중간적 절차로, 구속 효력이 없다”면서 “대통령에게 임기 만료 예정자의 후임자를 추천하는 내부적이고 중간적 행위로 법률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2인 방통위의 추천 의결이 위법하긴 하나 이는 처분이 아니어서 무효로 볼 수 없고, 실제 처분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임명이 위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으므로 취소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본안소송은 앞서 가처분 재판부의 판단과 다른 전향적인 결과여서 주목된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전현직 이사 5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각하하며 “방통위 위원 2인에 의한 추천 의결이 위법하다는 건 임명 처분의 절차적 하자에 불과하다고 할 것인데, 대통령의 임명권의 넓은 재량 범위 등을 고려하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이사 5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2인 체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송 장악을 통한 민주주의 파괴가 목적이었을 뿐인 윤석열 정부의 폭거였다고 확신한다”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발걸음에 한층 속도가 나길 염원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역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합의제 의결기관으로 탄생한 방통위의 설립 취지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행태의 위법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지극히 상식적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KBS 정상화의 시발점이며, 새로운 분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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