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언론을 비롯한 언론 진흥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지역방송 지원 대책을 홍보소통수석실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지원 대책을 묻는 TBC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앞서 지난해 말 2026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회가 증액한 지역 중소방송 지원 예산 150억원가량이 기획재정부 반대로 최종 삭감됐는데,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문제 된 부분은 좀 해소하려고 홍보소통수석이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규연 수석을 향해 “세부적인 내용을 나중에 (기자들에게) 설명해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답변 과정에서 기성 언론을 향한 질책성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대통령은 “언론이 지원받고 존중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제대로 된 정보 전달과 비평, 권력 감시 활동을 객관적으로 해서 국가 시스템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건데 한편으로 언론이 권력화돼서 중요한 정치 집단의 한 구성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꽤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요즘 소위 뉴미디어 역할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덧붙인 그는 하지만 “전통적인 언론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언론 진흥은 지금도 계속 해야 할 국가 정책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도 언론 문제를 틈틈이 언급했다. 코스피 상승세 관련 질문을 받고 ‘평화 리스크’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금 무슨 ‘저자세’니 이런 소리를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북한이랑 한 번 뜰까?”라며 “그런 바보 같은 신문 사설이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북 무인기 관련 북한의 강경 성명에 우리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는 야당 주장과 이를 언급한 일부 신문 사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럼 경제 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년만에 대통령에 질문한 MBC 기자 “감사합니다”
신년을 맞아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내·외신 모두를 대상으로 열린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다. 당초 90분으로 예정된 회견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170분간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강유정 대변인이 몇 번이나 ‘마지막 질문’이라며 마무리하려 했지만, 대통령이 질문을 추가로 받으면서 최장 시간 이어졌다.
질문한 기자도 가장 많았다. 앞서 취임 30일 기자회견 때는 15명이, 100일 회견 때는 공통 질문 포함 22명이 질문했는데, 이날은 총 25명(유튜버 포함)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관련 질문에 가장 긴 15분간 답했고, 종료 직전 추가 질문으로 나온 국가보안법 개정 내지 폐지 계획에 관한 질문에는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며 가장 짧게 답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질문자들도 눈에 띄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단 외에 지역 매체, 독립 언론 중 선발해 영상 화면으로 질문을 받은 청와대는 이날 청년 유튜버 두 명에게 질문 기회를 줬다. 경제·금융 전문 유튜브 매체 ‘어피티’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널 위한 문화예술’이 사전 녹화한 영상으로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MBC 기자는 4년 만에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고 감격해했다. 여덟 번째 질문자로 대변인 지목을 받은 김재경 기자는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 4년간 질문 기회를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다. 민간인 전용기 탑승, 바이든-날리면 보도도 있고 해서 상당히 불편했구나 하는 게 MBC 구성원들 생각이다. 당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너만큼은 반드시 질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MBC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열린 네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중 유일하게 한 번도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종합편성채널 중에선 JTBC가 질문자로 지목을 받지 못했는데, JTBC는 지난해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명함 추첨을 통해 질문 기회를 얻으며 3년 만에 한을 푼 바 있다.
김재경 기자의 말을 들은 대통령은 강 대변인을 향해 “자주 기회 드리라”며 “전에 못 하신 것까지 다 하게”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에 “그래도 다들 공정하게 질문 기회를 받는 것 같아서 느낌이 새롭다”고 했다.
청와대 출입 첫날 질문 기회… 신혼여행 미루고 온 기자도
김여진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처음 참석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는 ‘행운’을 누렸다. 김 기자는 “오늘이 청와대 출입 첫날이다. 춘추관 직원들에게 궁금한 게 더 많은데”라고 운을 떼면서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유치 계획 여부를 물었다.
이날 마지막 질문자로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소속 박현광 기자가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유튜브 언론 있지 않냐”면서 스물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질문 기회를 박 기자에게 줬다. 대통령은 “이분이 그 유명한 (기자냐)”며 “결혼 축하한다”고도 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박 기자는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신혼여행을 미루고 왔다”면서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으로 “여러분의 질문이 우리 국민이 가지는 의문, 질문”이라며 “가능하면 자주 뵙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자주 하고 싶은데 참모들이 뭘 그리 자주 하냐고 한다”면서 “아마 실수할까 봐 그럴 텐데 오늘 얘기한 것도 꼬투리 잡혀서 어디 사설에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