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들이 본 망법·언론중재법… "권력자 유리한 판 설계"

[이슈 분석] 감시 기능 위축 현실화… 권력자들 이미 압박 수단 많은데 '겹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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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목적으로 정부여당 주도하 개정돼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정보통신망법(망법)이 현업 기자들과 언론에 벌써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앞서 언론 현업단체들이 권력자에 예외를 두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두고 우려한 언론의 감시 기능 위축이 이미 현실화한 모습이다. 후속 입법이 점쳐지는 언론중재법 역시 유사 효과를 야기할 다수 조항을 포함하면서 언론이 ‘겹겹이’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권력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법안은 7월 시행을 앞둔 상태다. 후속 입법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역시 추진되는 가운데 언론계에선 몇 겹의 압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 위축효과…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은 16일 통화에서 망법에 대해 “위축되는 건 확실히 있다. 기자들에게 주의를 시키거나 기사를 데스킹 할 때 더 방어적으로 보는 경향이 생긴 건 분명하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은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지역 사안을 다뤄온 중소매체다. 회원들의 후원회비와 작은 광고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상시 경영난에 시달렸지만 ‘대구경북에서 배제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매체가 되겠다’며 10년 이상을 버텨왔다.


‘작지만 제 역할을 하는 언론’의 뉴스를 총괄하는 그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이 명시된 망법은 이미 현실의 우려다. 지난해 12월부터 뉴스민은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청도 소싸움 사업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와 관련해 동물 복지, 공정성, 지역 공기업의 책임 등 측면을 점검해 왔는데 “기획이 나가던 중 망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현재 내부 제보자로부터 해당 공기업이 소송 검토 중이란 말을 전해 듣고 있다.”


이 국장은 “저희 같은 곳은 1000만원만 민사로 걸려도 고민스럽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위험이 커지지 않았나. 지역의 비위나 난맥상을 그나마 보도하는 게 저희 일인데 이런 법을 활용해 소송한다면 감수하고 써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권력자, 압박 수단 이미 많아”
응당 언론이 감시해야 할 ‘권력자’, ‘공적 사안’을 보도했다가 정정보도 청구, 민·형사 소송 등 고초를 겪는 언론·기자는 현재도 많다. 한겨레21은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 보도 등을 통해 서울시와 한호건설 간 유착 의혹, 초과이익 환수 부재 등 의혹을 제기했다가 송사 중이다. 서울시, SH, 한호건설이 제기한 총 16건의 언론중재 신청을 병합해 절차가 진행됐다. 망법상 명예훼손 등에 대한 형사 고소, 한겨레 사장과 취재기자 등 3인에 총 6억원 민사소송, 해당 기자가 나간 방송 삭제 등을 요구한 가처분도 제기됐다.


2억원 민사소송을 당한 김완 기자는 “민사·형사를 먼저 걸고 중재 신청을 하며 중재 취지를 벗어나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권력자들이 기자들에게 심적 압박을 줄 방법은 이미 굉장히 많은데 법안이 강화한 방향이 낳을 효과는 명약관화하다. 공적 비판에 노출돼야 할 사람이 10가지 중 1가지가 틀렸다고 가짜뉴스라 주장하며 더 규제할 수단이 될 때 언론의 권력고발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키로 했을 때 무속인 천공이 관여됐다’는 보도를 2023년 2월 내놨다가 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기자들도 우려가 크다. ‘권력 중 권력’을 다뤘다가 뉴스토마토 기자 4인은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그해 8월 검찰에 송치됐으나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통령 순방 성과’를 다뤘다가 KTV로부터 영상자료 이용중단을 통보받고, KTV에 대한 대통령실 압력 의혹을 제기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공동체부장은 “(천공 보도 전) 법적 대응은 예상했지만 회사나 편집국장은 빼고 기자만 고소·고발을 해 당황스러웠다. 이후 제보자들이 오히려 몸을 사렸는데 대통령실에서 ‘너희도 고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허위 뉴스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겠지만 징벌적 손배제부터 정정보도 청구 기간 확대, 의견 반론 청구, 언론사 입증책임 부여 등이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방안인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아닌 ‘언론위축법’?
이 같은 현실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2탄 격으로 추진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언론계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다수 조항을 포함한 상태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을 보면 일례로 반론보도 청구요건을 “언론보도 등은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며 ‘순수의견’도 반론 대상으로 명시했다. 사설·칼럼에 담긴 의견이라도 근거가 된 사실관계(혼합의견)는 다툴 수 있지만 의견 자체에 대해선 정정·반론을 허용하지 않았던, 법 근간을 바꾸는 변화다.


이영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17일 “의견 자체를 반론보도 대상으로 열어버린다면 저널리즘의 주요 역할인 논평 기능에도 위축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며 “사실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언론중재 제도의 뼈대인 것을 볼 때, 중재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모호한 개념 정의로 보도의 미흡·과실이 ‘허위조작보도’로 해석될 여지도 나온다. 이 교수는 “취재 근거에 기반해 진실로 믿고 보도한 경우라도 사후적으로 ‘허위’ 판단이 내려지면 단순 오보가 아닌 ‘허위보도’ 범주에 들어갈 수 있고, 해악이 분명하다는 평가가 결합되면 취재 미흡이 ‘허위조작보도’로까지 확대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취재기자, 데스크, 언론사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조항은 그 외 다수다. ‘정정보도 청구기간 확대’를 통해 ‘보도를 안 날부터 3개월, 보도 시점 기준 6개월 이내’였던 기간을 2년 이내로 대폭 연장하고, 온라인 보도엔 무기한 청구를 허용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언론사의 기록 보존·대응 비용 증가가 예상되고, 무엇보다 상시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 업무 증가로 인한 신속한 피해 구제의 어려움도 불가피하다.

◇시민 피해구제 확대? “권력자에 유리”
뿐만 아니다. 민주당에선 기사 삭제와 다름없는 열람차단 청구권 도입, 조정절차 공개 등도 추진 중이다. 양문석 의원은 21대 국회 당시 논란 끝에 폐기됐던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4일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최민희 의원은 다음 날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정 절차를 공개로 전환하고 회의록도 남기도록 하는 법안을 추가 발의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부위원장과 간사인 김현, 노종면 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는 2월 이후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관계자는 19일 “여야 일정이 안 맞아 1월엔 법안 심사나 상임위 일정이 잡힌 게 없다. 2월에 추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법안은 없는 것이고, 과정에서 여러 입장을 들어보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입법 논의가 결국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2024년 1월부터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프로젝트로 일광학원의 스마트스쿨 비리 의혹, 공익제보자를 향한 지속적인 불이익을 보도했다가 1년 7개월간 소송을 치른 끝에 지난해 12월에야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셜록 조아영 기자는 “중소·독립 매체는 한두 건 분쟁만으로도 취재팀이 무너질 수 있다. ‘질 수 있는 소송’이 아니라 ‘이겨도 망가지는 소송’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조 기자는 “취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과 ‘피해구제 확대’라지만 설계 방식은 소송을 많이 걸 수 있는 쪽이 유리한 구조다. 자원이 있는 쪽은 법무팀·로펌을 동원해 동시다발 소송과 정정·삭제 요구를 반복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은 그 자체가 어렵다”며 “언론중재법까지 위험이 겹겹이 쌓이면 언론은 장기간 분쟁 리스크에 노출되고, 오래 끄는 게 유리한 쪽이 협상력까지 갖게 된다. 현실에서 권력과 자본이 비판 보도의 압박 도구로 쓰일 가능성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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