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의 뉴스 저작권 '선사용 후보상' 안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정부가 인공지능(AI) 모델이 저작물을 학습할 때 AI 기업에 상당한 면책권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언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저작물을 합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이들 기업의 주장이다. 출판, 음악, 미술 콘텐츠 창작자들이 핵심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지만, 신문·방송 등 언론 역시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AI 경쟁력 확보에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달려있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이 과연 저작권자와 AI 기업이 함께 과실을 누리도록 하는 방향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소탐대실이라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는 정부의 태도는 신중하고 세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AI액션플랜)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액션플랜은 2030년까지 ‘세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청사진에 해당한다. 차세대 AI 기술을 어떻게 선점할 것인지, 핵심 인재는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 규제는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등 90여가지 전략을 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액션플랜이 창작자·저작권자에게 희생을 떠넘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과 관련된 32항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항목은 AI 기업의 학습을 위해서 저작물 사용의 시간적·재정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관련 부처에 권고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식으로 읽힐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액션플랜이 발표된 후 한국신문협회가 정부에 “저작물의 가치 하락과 창작자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은 당연하다. 한국방송협회 등 16개 창작자 단체는 “사유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시도”라며 액션플랜의 폐기를 요구했다. AI 기업 경쟁력 제고에만 목을 매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런 요구는 과도하지 않다.


논란이 커지자 위원회가 ‘선사용 후보상’ 원칙은 뉴스, 신문, 음악 등 저작권자가 명확하고 거래 시장이 있는 뉴스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저작권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 저작권의 명확한 보호를 기준으로 삼되, 부득이할 때만 선사용 후보상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전제하에 정책 방향이 잡혀야 한다.


AI 학습권을 둘러싼 저작권자와 AI 기업 간의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6건의 AI 저작권 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내 창작물을 AI 학습에 쓰지 마시오’라고 명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AI의 저작물 학습을 허용하는 방식(옵트아웃)을 쓰고 있지만, 저작권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AI 학습권을 두고 저작권자와 기업 간 이익 균형을 맞춰 제도화하는 과정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합의의 속도가 생명이라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라는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다. AI 기업들도 영업상 비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저작권 데이터가 AI 모델 개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밝히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당사자 간 신뢰가 없다면 합의로 가는 여정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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