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에 광범위한 저작권 면책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창작자·권리자 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진화에 나섰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 내 저작권 과제와 관련해 유관 협회 및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추가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16일 발표된 인공지능 행동계획 내 저작물 활용 방안을 두고 국내 창작자들의 권리가 희생될 것이란 성토가 잇따른 가운데 마련된 자리였다. AI 정책 컨트롤타워로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는 출범 100일째에 행동계획(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해왔다.
한국신문협회는 앞서 2일 위원회에 낸 의견서에서 “‘AI 학습 목적의 저작물 이용에 대한 광범위한 저작권 면책’ 도입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AI의 데이터 학습에 대한 ‘선 사용 후 보상’ 방안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이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이나 RAG(검색 증강 생성) 서비스에 활용할 경우, 언론사와 의무적으로 협상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방송협회를 비롯한 16개 창작자·권리자 단체도 1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사유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시도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행동계획(안)에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 스스로 저작물 데이터의 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저작물의 권리자를 등한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가 ‘공정이용’이라는 구실로 AI기업이 창작물을 마구잡이로 사실상 무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하는데, 어떤 기업이 창작자와 정당한 보상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등 단체들은 15일 간담회에서도 저작권자들의 권리 보호가 최우선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 후 위원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참석 단체들은 △공정이용 제도는 포괄적 적용에 따른 저작권자들의 권리 침해 방지에 대해 고려 △한번 학습하면 내재화되는 AI 학습의 특성상 관련 보상을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 필수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단체는 국가대표 AI 기업 등 특정 상황에서의 저작권 면책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면책과 동시에 정당한 보상이 법 개정을 통하여 명문화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위원회는 행동계획 내 저작물 과제 관련 기본 원칙을 제시하며 “뉴스나 신문, 방송, 음악·영상처럼 원 저작권자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이미 거래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 대해선 ‘선 사용 후 보상’이 아니라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며 해당 시장에서 합리적인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저작물, 또는 원 저작권자가 명확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해서만 제3자 활용을 촉진하고 추후 수익 공유 등을 활성화하는 등 새로운 거래 시장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임문영 부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작권자의 제3자 활용 허용 여부, 저작권자 미상의 수십만 개의 영상·음악 등 소중한 콘텐츠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해외와 달리 해당 저작물들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수익으로 이어지지도, AI 기업이 활용하지도 못한 채 회색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위원회는 이날 나온 의견을 종합해 행동계획 내 저작권 해당 과제를 보완하고, 추후 관계 부처와 함께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만남의 장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앞서 행동계획 내 구체적인 정책 권고사항을 통해 올 2분기 안에 저작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AI 기본법 개정 또는 AI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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