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법 이어 언론중재법까지, 언론에 '이중 족쇄' 채우나
법원서도 판단 어려운 허위조작 여부
중재지원센터서 1차로 판단
언론만 적용받는 새 조항 다수 포진
정부·기관서도 "문제적"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후속 입법이 예고된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망법의 개념·구조를 차용한 법안은 언론 현업단체들이 망법 논의에서 비판해 온 지점을 상당히 담고 있는데, ‘언론’만 연관된 다수 신설 조항 역시 문제적이란 평가가 언론계는 물론 정부 등 유관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 7월 시행이 예고된 망법은 언론 현업단체들로부터 ‘권력 감시기능 위축’,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비판을 받아왔는데 언론중재법까지 통과되면 언론은 ‘이중’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치심의’, ‘무제한 분쟁’, ‘위헌 소지’ 우려 나오는 중재법
우선 ‘중재지원센터 설립’을 두고 정치심의 기구화 할 소지가 지목된다. 개정안은 언론피해 구제를 담당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처에 ‘중재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조정 신청 대상인 언론보도등의 허위여부, 허위조작 여부에 관한 기초 사실관계 조사” 등 역할을 맡게 한다. 기존 ‘사무처’는 중재부 지원,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을 맡았고, 조정 과정에서 중재부가 자료제출, 증거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신설될 센터는 ‘허위(조작)여부’ 관련 조사를 하게 된다.
법원에서도 판단이 어려운 허위(조작) 여부에 대해 센터가 1차 조사를 했을 때 이는 정치심의화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센터’와 관련해 내부에선 임의적 기준에 따른 ‘가짜뉴스’ 판별에 지속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오히려 활동을 본격화했고 방심위는 정권 비판보도를 옥죄는 행보로 정치심의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권한, 업무는 다르지만 인적 요인 등에 따라 언중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자칫 조정기관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
언중위 관계자는 “사무처에서 이미 하고 있는 조사기능 활성화를 통해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외부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서울 내 8개 중재부가 중립적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고, 업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추가 인력은 조정제도를 더 정착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저희 입장에선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정정보도 청구기간 확대’ 등을 담은 조항도 논란이다. 현행 법은 정정보도 청구 기한을 ‘보도를 안 날부터 3개월, 보도 시점 기준 6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는데, 2년 이내로 대폭 연장했다. 온라인 보도에 대해선 무기한 청구를 허용했다. 청구 요건을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에서 “허위보도등 또는 허위조작보도등으로” 인한 피해로, 기존 “정정보도”를 “정정 또는 삭제와 별도의 정정보도”로 바꿨다. 국회 문체위 검토보고서엔 언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가 우려한 내용이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상 보도에 무기한 정정보도 청구를 허용했을 때 ‘언론사가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노출되고 온라인 보도엔 기한 제약이 없어 분쟁가능성이 무제한 계속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위헌소지를 거론했다. 현행 기사 삭제는 법에 의해서, 위법 행위만 가능한데 “‘고의 또는 과실’이나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도 기사의 삭제가 가능하도록 함에 따라 표현의 자유나 언론보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어 위헌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위(조작)보도 등을 요건으로 삼으면서 신속한 권리구제란 기존 법안 취지에 비춰 “판단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이에 “청구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매체별로 ‘정정보도 게재 방식’을 방송의 경우 ‘출연자 등장 뒤 첫 순서에 자막’으로, 신문은 ‘보도된 지면 좌상단’ 등으로 명시한 조항엔 ‘언론사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제한’(문체부)하고, ‘정정보도와 정정보도청구소송은 다른 만큼 언론사와 피해자 협의를 통한 결정이 타당’(법원행정처)하단 지적이 나왔다. 정정보도를 인정하는 최초 결정·판결·합의가 나왔을 때 1개월 간 6개 정보(청구 진행현황 등)를 담아 알리도록 한 ‘정정보도 알림 표시’ 규정에 대해선 ‘확정판결 전 정정보도 내용 게재는 사실상 가집행 성격이고 상급법원에서 번복될 수 있어 신중할 필요’(언중위)가 제언됐다.
◇뜨거운 감자 ‘반론보도청구권 확대’
현재 언론사가 가장 우려하는 조항으론 ‘반론보도청구권 확대’가 있다. 법안은 반론보도 청구요건에 대해 “언론보도등은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사설과 칼럼까지 반론·정정보도 대상으로 삼는 일은 입틀막’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간 노 의원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의견표명이라도 사실관계를 근거로 삼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반론보도 청구 대상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고 반박하며 사설·칼럼도 반론 대상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노 의원 말대로 언중위에선 의견에 전제된, 의견이 암시하는 ‘사실’과 관련한 ‘혼합의견’에 대해 반론·정정보도 청구를 이미 인정해 왔다. 이는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핵심이고, 사실에 대해선 정정·반론보도, 명예훼손을 인정하지만 의견에 대해선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현행 법의 근간과 닿아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조항 개정은 오히려 불필요하다. 법안 취지를 잘 드러내기 위해 문구수정을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노 의원의 설명과 조항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개정안이 취지와 다르게 ‘순수의견’까지 반론보도 청구 대상을 넓히려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현업 기자들은 기존 보도대상의 반론 취재 후 평가를 덧붙였을 때 이에 대해서도 반론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언중위는 기존 기각 결정을 내린 사안에 심리를 진행해야 하고 업무 증가로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무리한 반론보도 청구가 잇따랐을 땐 조정 결렬 소지가 커지고, 민사소송으로 이어져 법안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잇따를 수도 있다. 문체부 등 관련 부처는 검토보고서에서 일관되게 ‘분쟁 해결보다 혼란 가중’,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우려했다.
◇망법 문제 고스란히 안은 조항들…향후 입법과정 개선 필요
특히 망법의 여러 내용·구조를 차용한 언론중재법이 그간 제기된 논란 지점을 고스란히 포함하며 개선 필요성이 큰 지점도 여럿이다. 일례로 ‘모호한 개념정의’가 대표적이다. 법안은 허위보도를 ‘언론보도 중 허위의 사실 또는 본래의 의미와 달리 오인토록 변형된 정보가 포함된 기사 또는 제작물’로, 허위조작보도를 ‘허위보도 중 보도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기사 또는 제작물’로 정의했다.
문체위 검토보고서에서 법원행정처, 언론중재위원회, 한국신문협회는 각각 “의미가 추상적이고 불분명”, “별도 개념으로 구별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판단 위험” 등이라 평가했다. 앞서 ‘손해를 끼칠 의도’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등으로 정의된 망법의 허위정보, 조작정보를 두고 같은 궤의 비판이 나왔다.
‘입증책임 전환’도 향후 개정이 필요하다.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 상황에서 신청인이 아닌 언론이 사실여부, 악의없음 등을 증명하게 한 조항은 언론의 권력감시 위축을 야기한다는 비판에 따라 망법 최종안에서 제외됐지만 현 언론중재법 개정안엔 포함돼 있다. 문체부는 검토보고서에서 “진실 여부를 언론사가 입증하도록 하여 입증을 하지 못하면 패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며 “언론사가 모든 보도 내용을 완벽하게 입증할 자신이 없으면 공익적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주저하게 될 우려”를 적시했다.
망법이 허위조작 등과 관련한 온라인상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면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보도’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두 법안은 입법 취지가 유사하되 범위·방법론에 차이가 있다. 망법이 이미 통과된 만큼 언론으로선 언론중재법까지 향후 이중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전제한다. 망법은 언론과 유튜버 등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 등을 유통해 타인에 손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리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했다. 언론중재법에선 배액 개념은 빠졌지만 여전히 고의, 과실 허위(조작)보도 등에 따른 손해액을 법원이 5000만원까지 정할 수 있게 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미 망법 적용 대상인데 언론사 부담을 과중하게 하는 조항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허위조작보도 등으로 확정된 사안을 반복 보도·인용·매개한 언론에 문체부장관이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 망법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이미 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와 문체부는 앞선 보고서에서 망법에 이미 과징금 규정을 두고 있고, 대다수 언론이 망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며 징벌적 손배,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현실에서 언론중재법을 통한 과징금 부과는 과도하다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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